위기의 WTO와 국제통상의 미래
파이낸셜뉴스
2020.10.22 18:00
수정 : 2020.10.22 18:00기사원문
국내 소비 여력이 커지고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어 나타난 결과라면 반길 일이다. 그만큼 경제의 구조적 안정성이 커졌다는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의 결과는 작년 수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무역의존도 하락 뉴스가 반갑지 않은 이유다.
이러한 수출 부진과 무역 감소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6년 이후 세계적으로 무역 성장세가 둔화되고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의 부상, 유가 하락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자유무역에 대한 불신과 국내 정치적 이유 등으로 자유무역에 대한 반감, 반세계화 정서의 확산과 탈세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국제협력을 이끌어내야 할 세계무역기구(WTO)가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무역자유화와 개발을 목표로 2001년 출범한 도하 라운드 협상이 사실상 실패한 가운데 WTO의 사법 기능인 분쟁해결기구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결선에 진출했다. 11월 초에 최종적으로 차기 WTO 사무총장이 결정될 예정이다. 최초의 한국인 사무총장이자 WTO 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지난 8월 아제베도 사무총장의 조기 퇴임으로 공석이 된 WTO 사무총장 선거 초반부터 이번에는 아프리카 차례라는 지역안배론이 돌면서 8명 중 3명의 후보가 아프리카에서 나온 가운데 선전한 결과다. 평상시라면 지역 안배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어느 지역 출신보다는 위기의 WTO를 구해낼 적임자가 필요한 시기다. 유럽의 EUI가 전 세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차기 사무총장의 자격 요건을 조사한 설문의 결과도 위기 돌파를 위한 능력과 정치적 리더십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강대국의 일방주의적인 통상압박과 보호무역주의가 횡행하는 가운데 코로나 팬데믹은 글로벌 통상 환경에 큰 불확실성과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만큼 WTO의 역할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 기능이 전반적으로 상실된 지금 새로운 사무총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WTO는 164개 회원국으로 외연이 크게 확대된 반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중국 등 개도국 간의 대립이 심화되고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처럼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다자무역협상의 합의나 의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 개혁과 회원국 간 신뢰 회복 및 기능 복원을 위해 능력과 의지를 겸비한 후보가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출되기를 기대한다. 글로벌 통상의 미래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미래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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