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부실 해외펀드 인턴에게 보고서 긍정 작성 요구 있었나
파이낸셜뉴스
2020.10.26 16:30
수정 : 2020.10.26 16:30기사원문
26일 서울남부지법 라임 임원 공판
부실 펀드 투자보고서 인턴들이 작성
인턴에게 직원이 '유념해서 작성' 요구
[파이낸셜뉴스] 펀드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투자를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라임자산운용 원종준 대표와 이종필 전 부사장 공판에서 인턴들이 작성한 투자검토보고서가 관심을 모았다. 인턴들이 해외펀드에 재투자하는 재간접 형식 펀드 투자보고서를 긍정적으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라임 측의 부적절한 요구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서울남부지법 합의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 대표와 이 전 부사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보고서를 작성한 인턴 A씨에게 “IIG펀드(미국 무역금융투자사)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달라고 (검찰조사 당시) 진술한 게 맞느냐”고 질의했다.
부실덩어리였던 IIG펀드 투자검토보고서를 긍정적으로 작성해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것과 관련해 부적절한 지시가 있었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다.
이에 A씨는 “(인턴을 관리했던 B대리가) 유념해서 작성해달라고 했다”며 “미중 무역분쟁 같은 거시경제 상황에 악영향을 받았지만 거시경제가 괜찮아지면 펀드도 괜찮아질 거라는 방향으로 작성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 측은 지속적으로 ‘실제와 다르게 작성해달라는 직접 지시가 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갔지만 명쾌한 답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수천억 단위 손실을 보고 있다’는 IIG 측 공문을 보고서 작성 전 확인한 사실에 대해서도 A씨는 “번역 하면서 내용을 요약하는 식으로 적었다”며 “개인적인 판단은 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라임 측이 확보한 자료에는 아르헨티나 회사에 투자한 IIG펀드가 환율 손실을 포함해 2억2200만 달러 손실을 보았으며 사실상 구조조정 상태에 돌입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보고서에 IIG펀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인턴들은 ‘단순 번역 업무 성격으로 투자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보고서가 아닌 줄 알았다’는 취지로 증언을 이어갔다.
‘다양한 구조조정 경력 바탕으로 손실 최소화에 나설 IIG’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인턴 C씨는 B대리로부터 제목을 순화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C씨는 “(인턴들이) 보고서를 낸 걸 토대로 (정직원이 따로) 보고서를 만들줄 알고 있었다”며 “제 보고서가 직접 나갈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증인들은 원 대표나 이 전 부사장의 직접 지시가 없었고 작성한 보고서가 이들에게 올라갔는지 여부도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원 대표와 이 전 부사장은 기존 펀드 환매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IIG펀드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판매해 피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 7월 기소됐다. 이들은 총 2000억원 상당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18개를 설정해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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