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물론 미술품까지…감평사가 가치 매겨드립니다
뉴시스
2020.11.14 06:01
수정 : 2020.11.14 06:01기사원문
한국감정평가사협회, 미술품 시장으로 영역 확장 전문분야인 부동산에 이어 공인 감정평가사 배출 '음지'의 미술품에 투명한 가치 평가로 새 생명 "전문 지식과 정보 가진 감정평가사 역할 필요"
그동안 미술품은 등기·등록의 의무가 없고, 과세관청에서도 정확한 가격을 알지 못해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많았다. 특히 상속·증여 과정에서 납부해야 할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시가보다 미술품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다운계약서'의 유혹에도 상시 노출돼 왔다.
이 때문에 미술품이 각종 비리 사건에 늘 '단골손님'으로 등장했고, 미술품의 가치 평가를 투명화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음지'에 머물러 있던 미술품 상속재산 평가 문제에 감정평가사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시장을 양지로 끌어 올리겠다는 게 감정평가 업계의 포부다.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부동산을 비롯한 모든 상속재산은 '시가(현재가격, 주로 상속 전후 6개월 이내)'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미술품은 정확한 가격을 알기 어려워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매기는 경우가 그동안 많았다. 또 화랑가를 통해 시가 감정평가를 받더라도 나중에 평가기관이 없어지게 되면 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컸다. 지난해 6월 문을 닫은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관이 평가서를 발급하기에 어떤 전문가가 감정에 참여했는지 알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수집품에는 몇 백억원을 호가하는 세계적인 미술가의 작품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미술가의 거장의 작품까지 200여 점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환 현 회장 등 유족들은 이번 상속 과정에서 부동산 등 외에도 감정평가사에 의뢰해 미술품, 도자기뿐 아니라 목전각, 고신발, 석물, 고가구와 희귀서적까지 총 6종 700여 점에 대해 일일이 평가를 받았다.
감정에는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2명의 평가사가 참여했고, 감정가액의 평균액에서 시가가 결정됐다. 유족측은 이 같은 시가를 기준으로 재산가치를 평가하고 관련 세금도 투명하게 납부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를 포함해 올해 10월까지 회화, 판화, 사진 등 총 10여 종 1000여 건의 작품이 감정평가사를 통한 시가 감정이 이뤄졌다.
매년 편차가 크지만, 미술품 거래 목적이 아니라, 상속·증여나 재산 분할 등을 위한 미술품 시가 평가 의뢰는 한 해 2000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불과 2016년까지만 해도 불모지였던 감정평가사에 의한 미술품 시가감정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불고 있는 것이다.
감정평가사협회는 국토부 산하 단체로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통해 시가 평가 업무를 수행해왔지만 사실상 미술품 시가평가도 감정평가사 고유의 업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행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에 따르면, 감정평가사는 토지 및 그 정착물, 동산, 저작권·산업재산권, 공장재단, 입목뿐만 아니라 미술품까지 국내 모든 유·무형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국가공인전문자격사다.
하지만 그동안 미술 관련 전문인력은 없었다. 이 때문에 관행적으로 '전문분야별로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도 시가로 인정해왔다. 감정평가 업계의 실적이 없다 보니 기업이나 공공기관, 지자체에서도 감정평가업계에 의뢰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사실 해야 할 일인 데도, 여건상 못 한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1호 미술품 감정평가사가 등장한 이후 최근 몇 년간 평가 실적이 쌓이고 있다. 특히 최근 별세한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이 남긴 상속 미술품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정평가 업계도 이에 발 맞춰 최근 삼성 측에 미술품 감정평가 제안서를 보낸 상태다.
앞으로도 미술품 감정평가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저금리로 인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증시에 머물면서 자산 가격에 거품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술품 등 대체 투자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미술품 거래가 늘어나려면 시가 평가뿐 아니라 제대로 된 과세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감정평가사협회는 "미술품을 상속하는 경우 공정하고 정당한 과세를 위해 미술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가진 감정평가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정보 접근 및 가격 판단이 어려운 미술품일수록 전문가인 감정평가사의 감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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