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부동산은 물론 미술품까지…감평사가 가치 매겨드립니다

뉴시스

입력 2020.11.14 06:01

수정 2020.11.14 06:01

한국감정평가사협회, 미술품 시장으로 영역 확장 전문분야인 부동산에 이어 공인 감정평가사 배출 '음지'의 미술품에 투명한 가치 평가로 새 생명 "전문 지식과 정보 가진 감정평가사 역할 필요"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개관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이 열리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갤러리 현대(현대화랑)에서 한 관람객이 김환기 화백의 '우주'를 관람하고 있다. '현대 HYUNDAI 50'에는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김환기 '우주 05-Ⅳ-71 #200'와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대표작가 40명의 70여 점이 전시된다. 2020.04.21.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개관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이 열리고 있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갤러리 현대(현대화랑)에서 한 관람객이 김환기 화백의 '우주'를 관람하고 있다. '현대 HYUNDAI 50'에는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김환기 '우주 05-Ⅳ-71 #200'와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대표작가 40명의 70여 점이 전시된다. 2020.04.21.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감정평가업계가 부동산을 넘어 미술품 시가 감정으로 전문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미술품은 등기·등록의 의무가 없고, 과세관청에서도 정확한 가격을 알지 못해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많았다. 특히 상속·증여 과정에서 납부해야 할 세금을 줄이기 위해 시가보다 미술품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다운계약서'의 유혹에도 상시 노출돼 왔다.

이 때문에 미술품이 각종 비리 사건에 늘 '단골손님'으로 등장했고, 미술품의 가치 평가를 투명화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음지'에 머물러 있던 미술품 상속재산 평가 문제에 감정평가사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시장을 양지로 끌어 올리겠다는 게 감정평가 업계의 포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작고한 고(故)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과 유족들의 재산 상속 과정은 재벌가의 미술품 상속을 양지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부동산을 비롯한 모든 상속재산은 '시가(현재가격, 주로 상속 전후 6개월 이내)'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미술품은 정확한 가격을 알기 어려워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증여세를 매기는 경우가 그동안 많았다. 또 화랑가를 통해 시가 감정평가를 받더라도 나중에 평가기관이 없어지게 되면 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컸다. 지난해 6월 문을 닫은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관이 평가서를 발급하기에 어떤 전문가가 감정에 참여했는지 알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수집품에는 몇 백억원을 호가하는 세계적인 미술가의 작품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미술가의 거장의 작품까지 200여 점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환 현 회장 등 유족들은 이번 상속 과정에서 부동산 등 외에도 감정평가사에 의뢰해 미술품, 도자기뿐 아니라 목전각, 고신발, 석물, 고가구와 희귀서적까지 총 6종 700여 점에 대해 일일이 평가를 받았다.

감정에는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2명의 평가사가 참여했고, 감정가액의 평균액에서 시가가 결정됐다. 유족측은 이 같은 시가를 기준으로 재산가치를 평가하고 관련 세금도 투명하게 납부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를 포함해 올해 10월까지 회화, 판화, 사진 등 총 10여 종 1000여 건의 작품이 감정평가사를 통한 시가 감정이 이뤄졌다.

매년 편차가 크지만, 미술품 거래 목적이 아니라, 상속·증여나 재산 분할 등을 위한 미술품 시가 평가 의뢰는 한 해 2000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불과 2016년까지만 해도 불모지였던 감정평가사에 의한 미술품 시가감정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불고 있는 것이다.

감정평가사협회는 국토부 산하 단체로 그동안 부동산 시장을 통해 시가 평가 업무를 수행해왔지만 사실상 미술품 시가평가도 감정평가사 고유의 업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행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감정평가법)에 따르면, 감정평가사는 토지 및 그 정착물, 동산, 저작권·산업재산권, 공장재단, 입목뿐만 아니라 미술품까지 국내 모든 유·무형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는 국가공인전문자격사다.

하지만 그동안 미술 관련 전문인력은 없었다. 이 때문에 관행적으로 '전문분야별로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도 시가로 인정해왔다. 감정평가 업계의 실적이 없다 보니 기업이나 공공기관, 지자체에서도 감정평가업계에 의뢰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사실 해야 할 일인 데도, 여건상 못 한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1호 미술품 감정평가사가 등장한 이후 최근 몇 년간 평가 실적이 쌓이고 있다. 특히 최근 별세한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이 남긴 상속 미술품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정평가 업계도 이에 발 맞춰 최근 삼성 측에 미술품 감정평가 제안서를 보낸 상태다.

앞으로도 미술품 감정평가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저금리로 인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증시에 머물면서 자산 가격에 거품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술품 등 대체 투자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미술품 거래가 늘어나려면 시가 평가뿐 아니라 제대로 된 과세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감정평가사협회는 "미술품을 상속하는 경우 공정하고 정당한 과세를 위해 미술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가진 감정평가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정보 접근 및 가격 판단이 어려운 미술품일수록 전문가인 감정평가사의 감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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