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

파이낸셜뉴스       2020.12.30 18:00   수정 : 2020.12.30 18:00기사원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얼마 전 "조선 태종은 친인척 비리를 막기 위해 의금부(지금의 공수처)에 지시해 외척 발호를 방임한 사헌부 대사헌(지금의 검찰총장)과 관료들을 조사해 문책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한민국 사법제도의 근거를 조선 왕조에서 찾는 사고방식은 문제가 많다"고 공격했다.

조선 시대에 사법권을 가진 세 기관을 '삼법사'(三法司)라고 했다.

형조, 한성부, 사헌부가 그것이다. 형조는 형사, 한성부는 행정과 민사를 담당했다. 사헌부는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감찰 업무를 맡았다. 사헌부는 오늘의 검찰과 감사원의 위상을 가진 정규 조직이었다. 반면 의금부는 왕의 하명에 따라 중죄인을 다루는 특별 직제였다. 대역죄와 함께 지체 높은 양반이나 관료의 범죄를 다스렸다. 의금부와 사헌부는 상호 견제와 경쟁 관계였다.

공수처 발족과 초대 공수처장 지명을 앞두고 검찰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집권여당은 '검찰청법 폐지안'과 '공소청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권과 공소유지권만 갖는 공소청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보복과 검찰에 대한 화풀이 성격에다 입법 만능주의에 빠진 거여의 독선이라는 지적이다. 공소청 신설 근거가 없지는 않다. 범죄심리학에서 수사검사가 기소 여부까지 결정하면 인지적 편견에 의해 사실을 왜곡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 학설로 입증됐다. 검사가 범죄를 입증해 기소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다 보면 유리한 증거에만 집착하는 '터널 시야'에 갇히기 마련이다.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면서 권력의 단맛에 길들여진 검찰의 업보다. 그러나 봉건왕조시대에도 의금부와 사헌부라는 핵심 사법기관의 양립을 통해 독주를 막았다. 작금의 검찰개혁이 검찰 죽이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후일 유일무이한 권력기관 공수처가 일방독주한다면 누가 견제할 것인가. 그때 또 공수처 죽이기에 나설 요량인가.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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