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개놓고?…김정은 당 대회 개회사 속 북한말
뉴스1
2021.01.09 09:00
수정 : 2021.01.09 09:00기사원문
[편집자주]'조선말'이라고 부르는 북한말은 우리말과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北語(북어)사전]을 통해 차이의 경계를 좁혀보려 한다.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이 '새해 초순' 개최할 것을 예고했던 제8차 노동당 대회가 지난 5일 시작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개회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료해검열소조들에서는 당 제7차 대회 결정 관철에서 잘못한 것은 무엇인가…(중략)…당적지도에서의 결함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비롯하여 그 진상을 빠개놓고투시하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당 대회를 앞두고 지난 4개월 동안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파견해 제7차 당 대회 결정 집행 실태를 료해(파악)한 결과라며 이 같이 밝혔다. 여기서 '진상을 빠개놓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어감에서 어느 정도 짐작은 되지만 이는 "어떤 내용이나 내막 따위를 사실대로 다 드러내 놓다"는 뜻의 북한말이다. "빠개놓고 말하다" 따위로 사용된다.
이처럼 비상설 중앙검열위까지 파견해 노동자, 농민, 지식인 당원의 의견을 수렴하며 당 대회 보고 자료를 준비한 것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는 총결기간 얻은 경험과 교훈, 범한 오유를 전면적으로 깊이 있게 분석 총화하고 그에 기초하여 우리가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할 과학적인 투쟁목표와 투쟁과업을 확정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오유는 '오류'의 북한어다. 조선말대사전은 오유에 대해 "행동, 사고에 있어서 잘못이나 그릇된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말로는 즐기고 놀다(娛遊 혹은 遨遊) 등의 뜻이 있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미진한 점은 인정했지만 자신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방역 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 위대한 공적은 우리 당 전투기록집에 또 하나의 자랑찬 페지를 남기었습니다"라면서 말이다.
여기서 페지는 페이지(Page)의 북한식 표현이다. 조선말대사전에는 '책이나 학습장 같은 것의 매개 장의 한쪽면', '역사발전의 일정한 단계나 순간을 형상적으로 비겨 이르는 말' 등 세 가지 뜻이 나와 있다.
■ 빠개놓다
[동사]
(어떤 내용이나 내막을) 사실대로 다 드러내놓다.
예: 빠개놓고 말하다.
■ 오유
[명사]
① 행동, 사고에 있어서 잘못이나 그릇된 일.
예: ~를 범하다. ~를 고치다.
② <논리> 사유법칙에 맞지 않는 지식.
■ 페지
[명사]
① 책이나 학습장 같은 것의 매개 장의 한쪽면.
예: 한~. 두~.
② (일부 단어들의 뒤에 쓰이어) <역사발전의 일정한 단계나 순간>을 형상적으로 비겨 이르는 말.
③ <정보> 컴퓨터에서 자료를 처리할 때 주기억장치에 기억시키는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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