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더 올릴것" 벌써부터 갈등… 정부 뒷짐에 시장 혼란만
파이낸셜뉴스
2021.01.21 17:55
수정 : 2021.01.23 23:15기사원문
최초임대료 5%룰 일파만파
임대사업자 관련 문의 빗발쳐
"정부 말만 믿었는데 황당하다"
정부 "대법원 판결 아닌 민사조정
유권해석 문제없다" 입장 고수
정책 변경·보완 없인 갈등만 가중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후 최초임대료(첫 갱신계약)는 5% 상한선을 초과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임대차시장에 일대 혼란이 벌어지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본지 1월 21일자 24면 참조>
임차인들과 최초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전국의 임대인들이 줄줄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고, 이미 최초임대료를 5% 이하에서 올리기로 합의한 임대인들은 '정부의 무리한 유권해석으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정식 판결이 아닌 '조정 결정'이라는 이유로 '임대사업자의 최초임대료도 상한 5% 제한' 대상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해 시장 혼란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남부지법에서 임대사업자 최초임대료 5% 상한제를 뒤집은 조정 결정을 내린 사실이 본지 보도로 알려진 이후 임차인과 '5% 이상 임대료 인상' 협상에 실패한 뒤 법적 대응을 문의하는 임대사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자문변호사인 김성호 법률사무소 자산 변호사는 "오늘만 관련 문의전화를 40통 넘게 받았다"며 "정부의 무리한 입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당장 재계약을 앞둔 임대사업자들과 임차인들은 법원과 정부의 상반된 판단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의 한 임대사업자는 "최초임대료를 5% 이상 올려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고 하니 세입자는 '정부는 5%룰이 여전히 적용된다고 했으니 못 올려주겠다'고 버티고 있다"며 "임차인과 합의가 안되니 조정이 아닌 소송으로 가야하는데 긴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5%룰 확대 적용의 입장을 바꾸거나 보완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향후 임대사업자와 임차인간 최초임대료를 둘러싼 민사소송이나 법적 분쟁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뒷짐에 임대차 혼란 길어질 듯
법원 조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최초임대료를 5%만 올린 임대사업자들은 '정부 말만 믿었는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임대사업자는 "구청에서도 5%룰에 맞게 최초임대료를 책정하는게 안전하다고 해 얼마 전 주변 시세보다 몇 억원 싼 가격에 재계약을 했다"며 "최초임대료를 이렇게 낮게 책정하면 앞으로 남은 임대사업자 등록기간에 5%룰이 계속 적용돼 재산상 피해가 막심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9일 주택임대사업자 A씨와 임차인 B씨가 '최초임대료'인 전세금 인상폭을 두고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A씨 요구대로 보증금을 기존 5억원에서 8억원으로 3억원(60%) 올려 재계약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번 논란은 정부가 지난해 8월 '2+2년' 임대계약갱신시 5% 임대료 상한을 정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하면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받는 임대사업자까지 이를 확대 적용하면서 불거졌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아닌 민사조정 결과'라며 유권해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성호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려면 4~6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임대사업자 대부분이 최초임대료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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