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도 비트코인에 꽂혔다… 주류금융 첫발 디딘 가상자산
파이낸셜뉴스
2021.05.24 17:18
수정 : 2021.05.24 17:18기사원문
<6> 글로벌 금융사들 속속 합류
3대 IB ‘비트코인 파생상품’ 출시
디파이 통해 금융소외층까지 공략
가상자산 헤지펀드로 38억弗 운용
시세조종 등 위험요소도 아직 존재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혁신과 신시장 확보전략의 일환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액 자산가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원하는 데다 가상자산을 통해 기존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됐던 사용자들을 새로운 시장으로 확보하겠다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간스탠리 등 미국 월스트리트의 3대 투자은행이 일제히 가상자산 상품 출시를 선언했고, 미국 내 역사가 가장 오래된 BNY멜론 역시 가상자산 시장에 발을 들였다.
중앙집권형 금융 시스템의 최강자들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정반대 형태로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을 추구하는 가상자산 금융사업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융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본격화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3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간스탠리가 가상자산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는 이 투자은행들은 당초 가상자산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 사이에서 가상자산 투자상품 및 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결국 진입을 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비트코인 연동형 파생상품 2종을 출시했다. 지난 3월 고객 28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명 중 2명이 이미 가상자산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5명 중 3명은 향후 1년간 가상자산 보유량을 늘릴 것이라는 답변을 받는 등 투자자들의 강력한 의사를 파악한 것이다. 모간스탠리는 지난 3월 미국 투자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했다. 모간스탠리는 또 고객에게 가상자산 시세와 뉴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선보일 계획이다. JP모간도 이르면 올여름 고액 자산가를 위해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한다.
■금융사, 가상자산으로 신시장 개척
글로벌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금융에 눈을 돌리면서 금융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앙집중형 금융서비스는 금융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지역에서는 시장을 넓힐 수 없는 맹점이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금융 시장이 포화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금융회사들의 수요가 가상자산과 맞아떨어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20억명은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고, 금융권에 접근하지 못한다. 그러나 디파이를 활용하면 이들을 금융 서비스 시장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작동하는 오픈소스 기반 금융 생태계를 말한다. 은행 등 중앙기관 없이 개인 대 개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정부의 허가가 필요없고, 이용자 개인의 본인의 자산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는다. 실제 2020년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헤지펀드들은 38억달러(약 4조2800억원)의 가상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2019년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보다 90% 증가한 것이다.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디파이 플랫폼 예치금은 506억7000만달러(약 57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가상자산 담당 헨리 아르슬라니언은 "많은 금융회사들은 디파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으며, 디파이가 금융 서비스의 미래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낮아 변동성에 취약 '맹점'
그러나 디파이는 초기시장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디파이 생태계 유지에 가장 중요한 이더리움(ETH) 같은 담보자산이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지 못해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맹점이 수많은 투자자 피해를 낳는다며 정교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례로 최근 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 기반 최대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 비너스(Venus)에서 2억달러(약 2300억원) 이상의 대량청산이 발생했다. 비너스 프로토콜은 이용자들이 비너스(XVS) 코인을 담보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커뮤니티에 따르면 300만개 이상의 XVS 대량보유자(고래)들이 수천만달러를 들여 비너스 시세를 76달러(약 8만6000원)에서 144달러(약 16만2000원)로 끌어올렸다. 이후 XVS가 고점에 이르렀을 때 이를 담보로 대량의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을 대출했다. 유동성이 낮은 XVS의 특성을 악용한 것으로 담보의 가치를 높여 더 많은 대출을 받은 것이다.
이후 XVS의 시세를 떨어뜨렸다. 중앙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화 시스템에 따라 XVS가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폭락하면서 거액의 XVS 청산이 이뤄졌다. 결국 대량의 XVS가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으로 강제 스와프되면서 1억달러(약 1126억원) 규모의 손해는 투자자와 비너스 프로토콜 즉 바이낸스가 떠안게 됐다.
포브스는 지난달 "디파이는 투자자 보호제도가 없고, 해킹 위험이 있으며, 개인키를 잃어버리면 복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문제점을 진단하기도 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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