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배고픔 두려움 짐작도 어려워"…구미 3세아 언니 징역20년(종합)

뉴스1       2021.06.04 15:15   수정 : 2021.06.04 16:11기사원문

4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서 열린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친언니' A씨(22)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1.6.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구미·김천=뉴스1) 정우용 기자 = 경북 구미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친언니 A씨(22)에게 징역 20년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합의부(이윤호 부장판사)는 4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160시간 이수와 아동관련기관 취업 10년 제한을 명령했다.

그러나 검찰이 요청한 전자장치 부착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모든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해 안전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며 "아동학대죄는 아동에 대한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각종 폭행·학대를 저지르는 범죄로, 아동이 장차 건강한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되는데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명은 한번 잃으면 다시 얻을 수 없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가치"라며 "(A씨가 숨진 아이의) 보호·양육 과정에서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장시간 혼자 있게 방치하다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양육·아동수당을 부정 수급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방치한 후 짧은 시간 내 찾아가거나 다른 보호자에게 양육을 부탁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사망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막을수 있었지만 조치하지 않았다"며 "전 남편과 혼인 생활이 순탄치 못했고 전 남편에게 분노심이 있었던 것은 범행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 판사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먹을 것도 없는 원룸에 홀로 방치된 피해자가 장시간 겪었을 외로움, 배고픔, 두려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이런 범행에도 (A씨가) 일상생활을 영위했고 약 6개월 지난 후 피고인 어머니가 사망한 피해자를 발견하고 연락할 때까지 침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에도 범행을 뉘우치기보다는 은폐하려는 방법을 찾으려 하는 등 피고인은 보호자 의무를 저버린채 피해자를 극심하게 학대하고 종국에는 생명까지 침해했다"며 "피해자의 고통, 범행 내용, 전황 등을 고려하면 엄벌에 처하지 않을 수 없지만 어린 나이에 전 남편과 별거한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 청구에 대해서는 "범죄 전력이 없고 피해자의 사망을 적극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살인이 아니고, 치료프로그램 이수 등으로 재범 위험성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각했다.

A씨에 대한 재판은 11분 만에 끝났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A씨는 머리를 숙인채 가만히 듣고 있다 징역 20년형이 내려지자 눈물을 흘리면서 법정을 나갔다.

이날 김천지원 정문 앞에는 대한아동방지협의회 구미지역 회원 3명이 숨진 아이에게 상을 차려놓고 A씨에게 엄벌을 요구했다.

한 회원은 "무기징역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25년을 다 채우고 나와도 47살 밖에 안된다"며 "키우지 못할 상황이었으면 다른 곳에 맡기면 됐을텐데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태어나도록 정부가 유도했으니 아이들이 웃으면서 잘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아동학대법을 더 강력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월10일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방치돼 숨진 아이가 발견되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아이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A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해 검찰로 넘겼다.

경찰은 또 숨진 아이와 가족들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B씨(49)가 숨진 아이의 '친모'이고, '엄마'로 알려졌던 A씨가 '언니'임을 밝혀냈다.


A씨는 살인, 아동복지법, 아동수당법, 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지난달 7일 진행된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5년을 구형하고 아동관련 취업제한 10년, 전자발찌 20년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최후 변론에서 A씨는 흐느끼며 "뒤늦게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벌을 달게 받겠다. 죄송하다"며 사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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