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주역이지만 극단적 선택까지··· 간호법이 '답'
파이낸셜뉴스
2021.06.25 17:16
수정 : 2021.06.25 20:33기사원문
[구멍 뚫린 K의료, 이대로 괜찮나 9]
국회서 한창 논의 중인 간호법 독립
직역단체 이해관계 넘어 정책 설계
인력부족·처우개선에 결정적 영향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코로나19 현장에서 분투하던 30대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음에도 현장에선 이렇다 할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공 보건의료 인력 보강과 시설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지만 근본적인 대응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과 의료계에선 의료법으로부터 간호법을 독립시켜 현장 필요에 맞춘 인력확충 방안을 조속히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OECD 아시아 회원국 모두가 독립된 간호법을 통해 장기적인 인력수급을 법제화하고 있는데, 한국은 의료법에 통합돼 다른 직역의 동의 없이 법안 통과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구멍 뚫린 K의료··· 간호법 독립 시급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3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지난달 격무에 시달리던 부산 한 보건소 30대 간호직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간호사들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본지 3월 25일. ‘[단독] 여야 3당 '간호법' 발의··· 코로나19 주역 간호사 숙원 이뤄지나’ 참조>
핵심은 인력정책인데, 한국에선 간호사 인력문제를 의료법 개정을 통해 풀어야 해 논의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의료현장에서 간호사가 부족하고 처우와 근무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더라도 의료법 개정을 주도할 수 있는 정치인과 다른 직역단체와의 협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법안 통과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의료현장에선 병원과 의사 중심으로 각종 논의와 정책이 주도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보건복지부에도 올해 5월까지 무려 46년 동안이나 간호정책을 전담하는 부서가 없었다. 대한간호협회의 지속적인 요구와 코로나19 대응에 크게 기여한 영향으로 지난달에야 간호정책과가 복원되기에 이르렀다.
간협은 간호법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자적인 간호법을 통해 일선 의료기관의 간호사 충원 및 처우개선 등의 문제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풀 수 있다고 기대한다.
간협 한 관계자는 “방역을 포함해 국가보건,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향상, 향후 전개될 지역사회 간호돌봄 체계까지 모두 의사와 간호사 등 각 직연이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의료법은 의사나 의료기관 중심으로 짜여 있고 이것만으로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에 간호법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OECD 최하 수준 간호정책, 근본 개혁해야
정치권에선 간호법 통과를 충분히 논의할 만 하다는 입장이다.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국면에서 간호사의 기여가 두드러졌고, 세계적으로도 90여개 국가가 간호법을 독자적인 법령으로 두고 있는 만큼 명분과 실리가 모두 갖춰졌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 2005년 17대 국회 당시부터 간호법이 발의돼 장기적인 정책설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었으나 직역단체 반발로 거듭 폐기돼온 만큼 이번 국회에선 현안을 집중해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달 “우리 인구 1000명당 간호사는 3.8명으로 OECD 평균 8.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다고 한다”며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
한편 인력수급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지난 23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9월부터 산별 총파업을 예고했다. 파업 사유 중 보건의료 현장 인력 문제 해결(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인력 확충, 간호등급제 기준 개선, 휴가 강제사용 금지 등)과 교대제 개편, 주4일제 도입 등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 전반에서도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일선 보건소에선 코로나19 대응 상황에서 업무가 가중된 간호공무원들을 복지사업 수행을 위해 동사무소로 복귀시키란 요구까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때그때 주먹구구식 인력배치로 현장에 남은 간호인력에게 업무부담이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 독립안은 근본적 해법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법안 논의를 앞두고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