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에서 입체로, 단색에서 컬러로…북한 인테리어
뉴스1
2021.07.03 08:01
수정 : 2021.10.05 11:20기사원문
(조선의 오늘과 조선중앙TV 방영물(2015. 4. 18) 화면 캡처)© 뉴스1
[편집자주][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서울=뉴스1) 최희선 디자인 박사/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겸임교수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건설 현장의 어려움이 많다. 한국의 건설업, 인테리어 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로 자재 원가 상승과 외국인 인력 공급의 부족으로 공사 기간 차질과 비용 부담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는 골조에 드는 기본적인 자재뿐만 아니라 전기, 통신, 소방, 상하수도 등 기본 설비와 현대적인 미감을 갖춘 내외장 마감재, 창호들도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 북한의 경제 상황을 고려해보면 '회색의 콘크리트 건축물을 덩그러니 세워놓지 않을까' 염려되는데, 의외로 알록달록 실내외 마감재로 단장한 건물들의 사진들을 보며 놀라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더욱이 북한의 대외 교역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 자재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부 보도자료들을 보면 이런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공사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북한에 다양한 미감을 반영한 인테리어 디자인이 있을까? 또 인테리어 디자인을 실현 가능케 하는 마감재들이 북측에서 생산되고 있을까?
북한의 주요 공공건물의 인테리어는 만수대창작사과 조선산업미술창작사의 건축장식 도안가들이 맡는다. 그들의 인테리어 작품들을 보면, 조각과 같은 섬세한 장식과 웅장 화려한 형태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혁명사적지나 체육관, 공연장, 박물관 등과는 달리 일반인들이 거주하는 살림집 인테리어는 주로 건축연구원이나 지방 설계사업소, 평양건축대학 등 '건축' 전공자들이 맡는다. 이번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주택) 내부설계도 백두산건축연구원과 중앙도시건설설계사, 평양건축대학의 학생들도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인테리어 디자인은 산업미술 분야에서는 '건축(실내)장식도안'으로, 건축계에서는 '실내형성안'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현대 인테리어업은 마감재 경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끈한 제품 개발과 견고하고 친환경적인 생산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 선진기술 주도 산업 분야이다. 최근 북한 산업미술과 건축 분야의 인테리어 디자인 작품들은 벽과 바닥재, 가구, 조명 사용이 과거보다 다채롭고 세련돼졌다. 북한도 현대적 미감의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 "마감재의 다양화, 다종화, 다생화, 다기능화" 주제로 건설 마감재 전시회를 개최하며 설계가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2019년 5월에 열린 '전국마감건재부문 과학기술성과 전람회'를 보면 북한의 페인트, 바닥재, 외장재 등이 어디서 개발·생산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람회에서 주목을 받은 생산기지는 타일공장의 본보기 공장으로 불리는 조선무역번영회사의 '천리마타일공장'이었다. 이 타일공장은 과거 김위원장으로부터 "볼수록 멋있고 쓸모있는 공장"이라고 대만족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천리마타일공장은 바닥과 내·외벽 타일 외에도 장식유리벽재(배면실사유리), 인조대리석, 유리모자이크타일, 대리석 가공제품들, 기와 등 다양한 마감재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2015년경 그림을 디지털 정보로 전송하여 장식타일로 인쇄, 특수 절단할 수 있는 기술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전람회에서는 평양건재공장, 대동강건재공장, 평양석재공장, 대성1무역회사, 보통강무역회사 대양칠감공장, 락랑천원사문석가공공장 등 생산단위와 대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일성종합대학의 지질학부 연구사들은 '기능성 록색건축장식재료'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조선의 오늘, 2020. 4. 28)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들이 개발한 마감장식재들은 석고 건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견고한 소재, 반입체적 형태의 '부각장식용재료'를 개발하여 북한 건재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건재들은 첨단 기술제품으로 등록하여 최근 북한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집권 이후 평양시는 국제도시로 탈바꿈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올해도 3월 23일 평양 사동구역 송신·송화지구에서 열린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착공식'에 참석하면서 다시 한번 평양시에 건설 붐을 일으켰다. 올해는 지도자가 야심 차게 제기한 평양시 5만 세대 건설의 첫 단계로, 성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전쟁 이후 평양시 재건사례를 소개며 '평양속도'의 부활을 홍보하고 있다.
'평양속도'의 홍보영상들을 보면 1950년대 말 조립식 표준설계로 다층살림집들이 몇 분 안에 쭉 올라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조립식 부엌 혹은 위생실 벽 으로 보이는 규격 패널들에 타일이 이미 붙어있는 공사장면도 볼 수 있다. 21세기는 과거와는 달리 물리적 공간의 제공보다는 전기, 통신, 환기, 냉난방 등 첨단 설비 서비스를 갖춘 실내환경의 제공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북한 산업미술가들과 건축가들도 화려한 외형보다 빈틈없는 안전과 편리함, 쾌적함이 설계의 기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설계 노력이 헛되지 않게 완공까지 속도보다는 '기능'에 충실한 공사가 진행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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