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가들의 거침없는 정권 비판
파이낸셜뉴스
2021.07.27 18:50
수정 : 2021.07.27 18:50기사원문
일본 기업 오너들이 공개적으로 정권에 비판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매우 거침없다.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거느린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약 1년반 전 이런 말을 했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했다고? '주가'라는 것은 나랏돈을 풀면 어떻게든 부양할 수 있는데, 그것 말고 성공한 게 더 있나?" "기업과 개인들이 할 말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일본은 망하고 말 것이다." 말기라고는 하나, 아베 정권이 시퍼렇게 살아있을 때였다. 갓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야심작으로 삼은 여행비용 지원정책에 대해서도 "나랏돈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써야 하지, 용도가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꼬집었다.
과거 일본 재계에서도 드문드문 정권 비판적 발언이 나온 적이 있으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판이 떼를 지어 나온 것은 최근 2년여간 두드러진 현상이다. 특히 이들 4명의 기업가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오너 기업인이며,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비중이 높아 "글로벌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3인이 미국 유학 경험이 있다. 야나이 회장만 유학 경험이 없는데, 과거 10여년 전 야나이 회장을 만났던 한 인사는 "업 자체가 글로벌 비즈니스이다 보니 유학은 안했어도 협상, 회의를 자유롭게 진행할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다른 하나는 세금납부, 회계처리 투명화다. "털어봐야 나올 게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기업을 옭아매는 그런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약화됐다. 떳떳하니까 오너가 책임지고 저런 말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들이 선봉에 서면서 급기야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전통의 일본 재계 3단체가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권이 어떻게 생각하든 안중에도 없다. 정권의 말이 잘 먹히지 않는, 리더십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스가 총리의 경제교사인 다케나카 헤이조 전 총무상이 재계를 향해 "여론의 분위기에 편승한 기회주의적 행태"라고 비판을 했지만, 이를 거드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변화의 시대다. 기업의 위기감이 커질수록 변화하지 않으려는 정치를 향한 이들의 돌직구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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