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방관하지 않았나"…'D.P.' 한준희 감독의 고민
뉴스1
2021.09.01 15:27
수정 : 2021.09.01 15:27기사원문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우리는 방관하지 않았나? '방관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27일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새 드라마 'D.P.'(디피/극본 김보통, 한준희/연출 한준희)는 인기 웹툰 'D.P 개의 날'을 드라마화 한 것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준호와 호열이 목격한 탈영병들의 현실은 참담했다.
폐쇄된 부대 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가정사, 군대 내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이들, 그리고 바뀌지 않는 현실이었다.
실제 DP 부대 출신 김보통 작가와 영화 '뺑반' '차이나타운'을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실감나게 묘사하며 재미를 안겼다. 더불어 만연한 폭력과 이를 덮고 방관하는 사람들과 조직의 부조리를 꼬집는 메시지를 전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한준희 감독은 1일 화상 인터뷰에서 'D.P.'를 향한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드라마를 통해 '나는 방관하지 않았나'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바람을 전했다.
-원작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나도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고 많은 감정을 느꼈다. 유머러스하고 날 선 부분도 있다. 여러 인물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지나온 시간들이 떠오르고 사회와 비교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들이 떠오르더라. 그런 감정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었다. 이 감정을 담아서 좋은 배우들과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
-'좋은 작품'을 연출하고 싶다는 의미엇인가.
▶나도 세 번째 작품을 만드는데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해서 무언가 질문을 하려고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도 할 수 없겠지만 질문을 던지는 건 매체를 만드는 연출가나 작가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가? 괜찮은 건가? 이런 생각을 하고는 한다. 거대한 것(이야기)을 그리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고는 싶다.
-'D.P.'의 인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분들도 주변의 누군가를 군대를 보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유쾌, 분노, 슬픔 등 이런 감정의 결을 느껴주신 것 같다.
-안준호의 계급이 상병에서 이병으로 바뀌었는데.
▶원작의 좋은 가치들을 보편적인 감정으로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했다. 준호가 사회에 있다가 자대배치를 받고 DP가 되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보시는 분들이 이 인물을 따라가는 것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안준호의 가정환경, 군대 내 폭력, 직장 폭언 등 우리사회에 폭력이 만연해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인지.
▶폭력이 만연한 건 우리 사회 뿐만 아니고 슬프지만 인간사에 다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떻게 해야 조금이나마 더 나아질 것인가, 어떻게 해야 더 좋아질 것인가 더 고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예전보다 탈영의 숫자가 줄었다든지, 휴대전화 사용 등 군생활이 과거보다 더 좋아졌다는 의견도 있는데.
▶최근에는 아무래도 휴대전화를 지급하거 나 군생활하면서 나아진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기는 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한다고 해서 없었던,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다.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알지 못해도 그런 일에 대해서 생각해야 조금 더 건강하고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뭐라도 해야지' 대사가 방관자들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 '나도 군대에 있을 때 방관하지 않았나? 나는 좋은 선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로 된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군대든, 그렇지 않든 뭔가 방관한 적은 없었나 생각하게 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정해인, 구교환을 캐스팅한 이유와 연출에서 강조한 점이 궁금하다.
▶ 두 분 다 처음 대본을 드린 배우들이고 답을 바로 주셨다. 둘의 다른 모습, 그림을 한 장면에서 보고 싶었다. 어떤 분들은 안 어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둘이 붙어서 충돌하는데 재미있네? 어울리네?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정해인 구교환 등 배우들의 열연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너무 훌륭한 배우들과 작업했다. 정해인, 구교환은 어떻게 보면 연기하는 방식이나 표현하는 스타일이 정말 다른 분들인데 둘이 연기하면서 서로 되게 좋아하고 존중하더라. 그게 느껴져서 재미있고 좋았다. 그게 흔히 말하는 케미스트리인 것 같다.
-조석봉 캐릭터에 오타쿠 설정을 부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조현철이 실제로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
▶오타쿠 문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기보다 인물의 세팅이 필요했다. 좋은 사람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인물인데 착하다는 이유로 폭력을 당한다. 그런 인물을 표현하는 세팅 중의 하나였다. 실제로 조현철 배우가 진짜로 그림을 잘 그린다. 작품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액팅을 잘 표현해줬다.
-'차이나타운' 이후 재회했는데 조현철 배우여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표현해달라고 했나.
▶('차이나타운' 이후)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했다. 대본을 쓰면서 조현철을 생각하면서 썼다. 혹시나 그가 고사하면 역할을 바꾸려고 생각했다. 배우에 역할을 맞춰서 쓴 점도 있다.
-후반부 조석봉 에피소드와 엔딩은 극적으로 보였는데, 연출하면서 신경을 쓴 점은.
▶극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실은 어디선가 벌어졌던 과거의 사건을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소제목(방관자들)처럼 우리도 그런(방관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연출했다. 영화적 구조에서 클라이맥스, 엔딩까지 가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인 것도 맞다.
-생생한 묘사가 군 가혹행위 피해자들에겐 트라우마를 줄 수도 있다는 반응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느낀 분들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프고 죄송한 마음이다. 그럴 의도는 없었다. 묘사에 있어서 필요한 정도의 수위만 보여주는 게 맞고 더 가면 안 되는데, 그렇다고 모든 묘사를 점프(생략)한다면 그것 또한 모순되는 지점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 균형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시대가 변해도 이같은 군내 부조리는 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정한 누군가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바꿔야 한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방관자들'이라는 6부 부제처럼 방관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영화를 하다가 OTT넷플릭스에서 작업했는데 어떤 점이 달랐나.
▶넷플릭스에서만 할 수 있는 드라마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군대 이야기? 남자들 군대 이야기가 재미있어? 라는 반응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가치, 이 작품의 이야기를 흥미롭고 공감되게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흔쾌히 같이 해준 파트너였다.
-쿠키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작품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언급하기 부담스럽다. 이것 또한 6부 '방관자들'이라는 제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나 질문이기도 하다.
-시즌2가 제작이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작가님하고 논의해봐야 한다. 다만 이런 걸 구체화해서 언급할 정도로 텍스트나 이미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말씀드리기는 이른 단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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