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확산…중심엔 尹 최측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뉴스1
2021.09.03 06:30
수정 : 2021.09.03 06:30기사원문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2일 대검찰청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함에 따라 지난해 총선 직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측근인 현직 검사가 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형사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의 실체 규명이 시작됐다.
의혹이 제기된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대검이 신속히 사실상 감찰에 나서고,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여권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국정조사 등을 거론하며 윤 전 총장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공수처가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당시는 이른바 '추-윤 갈등'이 고조되며 윤 전 총장이 궁지에 몰리던 때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거칠게 대립하던 시기로, 추 장관은 윤 전 총장의 핵심 참모들을 대거 교체해 압박했다.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비롯해 아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장모인 최모씨의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닥쳤다.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고발장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황희석 최고위원, 문화방송 기자, 뉴스타파 기자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가 적시됐다. 고발장을 전달하며 고발인란을 비워두고 고발장의 수신처를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적었다고도 한다.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김 의원은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자료는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며 "이는 전혀 문제 될 수 없다"고 입장을 냈다.
손 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손꼽히는 윤 전 총장의 측근이다. 당시 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자리에 있었다. 수사정보 수집과 분석이 주 업무지만 검찰 안팎의 각종 핵심 정보를 총장에 '직보'하는 복심 역할을 한다. 지난해 추 장관이 밀어붙인 윤 전 총장 징계 청구 사유 중 하나였던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작성 책임자도 손 검사였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지난해 11월 손 검사의 사무실인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처럼 손 검사가 대검 내에서 윤 전 총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검찰 안팎에선 윤 전 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손 검사가 고발장 수신처를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적은 것을 두고도 친정권 성향인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피해 사건을 배당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홍준표 국민의 힘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 직속 보고 기관"이라며 "(고발 사주가 윤 전 총장) 양해 없이 가능했겠나"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손 검사가 김 의원과 사법연수원 동기(29기)로 평소 친분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문서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다만 손 검사가 윤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익히 알려진 상황에서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위험한 무리수를 두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 등으로 진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의혹만으로도 대선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으며,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검찰'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윤 전 총장 측이 총선 직전 자신을 겨누던 여권 유력 정치인들과 기자들을 수사해 국면을 전환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선거 개입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다.
박범계 장관은 "검찰총장의 진상조사 지시는 적절한 조치"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관련된 것이어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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