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시간 끌기가 아닌, 그들이 짠 판에 당했다
뉴스1
2021.09.03 13:46
수정 : 2021.09.03 13:46기사원문
2021.9.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손흥민은 상대의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해 "이렇게 해선 축구 발전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꺼낸 말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으나, 냉정히 말해 이 경기에서 이라크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에 보인 약간의 지연은 승자라면 누구나 보일 수 있는 일반적 행위였다.
이라크는 시간을 끌며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단 1분도 허투루 쓰지 않고 자신들의 축구를 하는 데 활용했다.
이라크는 전체적으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단순히 숫자만 많이 둔 게 아니라 뒤 공간을 없애 한국의 양 측면 날개가 빠른 돌파를 할 여지를 없앴다.
전방 압박을 없앤 대신 한 칸 무른 2선에서 타이트한 수비를 펼쳐 손준호와 황인범이 쉽게 전진 패스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때문에 한국의 주력 전술인 중앙 빌드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것도 안 되면 적절한 파울로 끊어 우리의 흐름이 이어지는 걸 막았다.
혼자 마무리까지 지을 수 있는 손흥민에겐 맨투맨 마크 혹은 더블 마크를 펼쳐 손흥민의 속도가 살아나는 걸 막았다.
한국이 교체 카드와 포지션 변화로 이를 뚫어보려 했지만 잘 준비된 이라크의 조직적 대응은 좀처럼 활로를 찾기 어려웠다.
이라크가 바닥에 누워 시간을 보내거나 골킥을 천천히 차는 등 그저 우리의 축구를 망치는 데만 집중했다면 오히려 이렇게 아쉽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날 이라크가 짠 판에 제대로 당했다. 망쳐진 건 벤투호였다. 한국과 이라크의 속도가 모두 늦춰지면 결국 유리한 건 이라크라는 걸 딕 아드보가트 이라크 감독은 잘 알고 있었다. 이라크는 한국의 장점을 지략으로서 빼앗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이라크 코칭스태프들은 모두 환호했다. 이날 경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이 준비한 판대로 잘 흘러갔음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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