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문제, 왜 아무도 말하지 않나
파이낸셜뉴스
2021.09.15 18:05
수정 : 2021.09.15 18:05기사원문
우리 사회의 다문화는 이처럼 진작 시작됐지만 "한국이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돼야 하는가"를 두고 정책결정자들이 벌이는 논쟁을 종종 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6월 인구감소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특단의 대응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2030~2040년, 10년 후 인구지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구지진은 영국의 인구학자인 폴 윌리스가 만든 용어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의 파괴력을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에 비유했다.
정부는 인구절벽 대응책을 숱하게 내놨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화 기본대책을 시행했다. 투입한 돈만 200조원이다. 문재인정부도 제4차(2021~2025) 저출산고령화 기본대책 이행을 위해 올해 36조원을 포함, 오는 2025년까지 196조원을 투입한다.
문제는 성적표다.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3명)은 커녕 초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압도적 꼴찌다. 대도시 핵심부에 주거와 직장을 둔 정책결정자들이 팩트체크에 실패하면서 다인종·다문화 논쟁처럼 현실성 없는 정책만 내놓은 결과다. "한국에서 한 해에 28만명이나 얘를 낳는다는 게 더 신기하다"는 청년층의 온라인 댓글이 이해가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년 대선을 인구정책 현실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연금개혁 공약을 내놔야 한다. 20~30대는 돈만 내고 연금은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연금학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된다고 한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소득의 약 30%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국민연금이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다는 확신을 청년층에게 심어줘야 한다. 미룰수록 출산율엔 악재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무원·군인연금 개혁이 곧 인구정책이다.
연금개혁은 인기 없는 정책이다. 개혁은 더 내고 덜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표심이 움직이겠는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경선전에서 선두권 후보들이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을 얘기조차 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대선 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초석이라도 놓아야 한다. 고령화 대책인 정년연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예고된 파탄이 보이는데 더 이상의 회피는 안된다. 당장 표에 눈이 멀어 이것저것 퍼주겠다는 공약이 아닌 연금개혁과 정년연장의 큰 그림을 그리는 대선 후보들을 보고 싶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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