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김규성 칼럼] 인구문제, 왜 아무도 말하지 않나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9.15 18:05

수정 2021.09.15 18:05

[김규성 칼럼] 인구문제, 왜 아무도 말하지 않나
외국인 비율이 주민의 10%가 넘는 경기 안산시에는 필리핀, 캄보디아 출신 경찰이 근무한다. 다문화 가정 출신 청년들의 군 입대는 2010년 시작됐다. 이른바 3D 업종이라 불리는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고령화로 사람 구하기 힘든 농촌에선 아세안 국가 출신 일꾼을 보는 게 다반사다. 우리 사회의 다문화는 이처럼 진작 시작됐지만 "한국이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돼야 하는가"를 두고 정책결정자들이 벌이는 논쟁을 종종 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6월 인구감소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특단의 대응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2030~2040년, 10년 후 인구지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구지진은 영국의 인구학자인 폴 윌리스가 만든 용어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의 파괴력을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에 비유했다.

인구지진의 전조는 셀 수 없이 많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가 2019년 11월 이후 올 6월까지 20개월째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84명으로 떨어졌다. 사회가 유지되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넘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이처럼 동시에, 빠르게 진행되면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준다. 2031년이면 일하는 인구(25~59세)가 올해 대비 315만명 감소할 것이란 추정도 있다. 현재 부산시(337만명) 정도의 일하는 인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홍 부총리는 이를 "사회구조가 뿌리째 흔들리는 충격"이라고 했다.

정부는 인구절벽 대응책을 숱하게 내놨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화 기본대책을 시행했다. 투입한 돈만 200조원이다. 문재인정부도 제4차(2021~2025) 저출산고령화 기본대책 이행을 위해 올해 36조원을 포함, 오는 2025년까지 196조원을 투입한다.

문제는 성적표다.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3명)은 커녕 초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압도적 꼴찌다. 대도시 핵심부에 주거와 직장을 둔 정책결정자들이 팩트체크에 실패하면서 다인종·다문화 논쟁처럼 현실성 없는 정책만 내놓은 결과다. "한국에서 한 해에 28만명이나 얘를 낳는다는 게 더 신기하다"는 청년층의 온라인 댓글이 이해가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년 대선을 인구정책 현실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연금개혁 공약을 내놔야 한다. 20~30대는 돈만 내고 연금은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연금학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된다고 한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소득의 약 30%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국민연금이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다는 확신을 청년층에게 심어줘야 한다. 미룰수록 출산율엔 악재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무원·군인연금 개혁이 곧 인구정책이다.

연금개혁은 인기 없는 정책이다. 개혁은 더 내고 덜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표심이 움직이겠는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경선전에서 선두권 후보들이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을 얘기조차 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대선 때 사회적 합의를 위한 초석이라도 놓아야 한다.
고령화 대책인 정년연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예고된 파탄이 보이는데 더 이상의 회피는 안된다.
당장 표에 눈이 멀어 이것저것 퍼주겠다는 공약이 아닌 연금개혁과 정년연장의 큰 그림을 그리는 대선 후보들을 보고 싶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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