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의 정치적 이용 멈춰야
파이낸셜뉴스
2021.09.16 18:03
수정 : 2021.09.16 18:03기사원문
"그녀가 여당 지지자냐? 야당 지지자냐?" 필자는 피해자의 변호사와 이전에 같이 근무한 적이 있어 그녀의 소신과 진정성을 알고 있다. 자신 있게 "그녀는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고 피해자당에요." '피해자당'이라는 생각지 못한 대답에 다들 웃기는 했지만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왜 믿지 않을까? 그것은 그동안 젠더문제를 제기하면서 사회의 주목을 받은 분들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권과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모든 이슈를 내 편 네 편 즉 정치적으로 보는 습관이 들어버려 참으로 우려가 된다.
그러나 요즘 청년층에서는 정파와 상관없이 젠더를 주요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 달 전쯤 서울에 있는 모 대학 학생회에서 e메일이 왔다. 교육, 인권, 젠더, 경제, 역사, 외교 안보, 불평등·공정, 문화, 언론, 복지 총 10개 분야에 걸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젠더를 주제로 발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시간이 안 맞아서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e메일을 읽자마자 드는 생각이 젠더문제가 우리 사회 10개 주요 분야의 하나에 들어갈 만큼 청년들에게는 주요한 관심사라는 점이다.
최근에 공공정책전략연구소에서 추진한 정책좌담회에 참여했다. 그 행사에서 다시 한번 세대별, 직종별로 젠더문제가 잔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참석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많은 여성 청년들이 디지털을 포함한 각종 성폭력에 대한 불안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워킹맘들에게는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 경력단절의 위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또 젠더 갈등의 이면에는 청년 취업의 어려움, 경제난, 터무니없는 아파트값 상승 등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힘을 합쳐야 할 정치권에서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는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아직 유리천장지수가 전 세계적으로 하위인 우리나라에서 여야 없이 한목소리를 내기를 바란다. 누가 갈등을 이용하는지 국민은 다 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젠더문제를 이용해서 이득을 보려고 한다면 결국에는 젠더문제로 발목을 잡힐 것이다. 내가 미치는 영향력은 결국 돌고 돌아 본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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