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삶... '음악'과 '사무실 의자'

파이낸셜뉴스       2022.04.18 14:30   수정 : 2022.04.18 14:30기사원문

지난 주말 한국 최대 교향악무대인 '교향악축제'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의 두번째 만남을 가졌다. 작년 11월 KSO국제지휘콩쿠르에서 만나고 5개월만이다. 작년 콩쿠르 이후로 통영, 대전, 광주, 부산 등 한국 관객과 만나는 날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지휘자로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이 시기, 3년 전 나의 스승인 게오르그 프릿치 칼스루에 국립극장 상임지휘자의 말이 맴돈다.

2019년 4월 어느 연주회에서 게오르그 프릿치는 지휘자의 노동의 시간에 대해 '음악'과 '사무실 의자'란 두 관점에서 설명했다. 지휘자의 노동을 말하는데 사무실 의자가 등장해 많은 분들이 의아해 할 수 있겠으나 나 역시 학창시절엔 몰랐던 사무실 의자의 무게감을 요즘 체감하고 있다.

이번 공연만해도 연주곡 확정, 창작곡 연주에 따른 작곡가와의 미팅, 리허설 및 시간 계획, 악기 배치 등 음악에 관한 이메일 수십 통이 오갔다. 이밖에도 계약 및 공연 홍보를 위한 프로그램북 인사말 작성, 인터뷰 일정 조율, 이 기고까지 메일의 종류도 다양하다. 작년 10월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되면서 여러 악단들과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종종 연락 폭탄이 내게도 떨어지는데 놓치는 건 없는지 바짝 긴장하곤 한다. 학부 때 친한 교수님과 지휘자님의 이메일이 안오거나 단답, 이모티콘 하나만 보내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막상 내가 그 상황에 처해보니 답장을 챙겨주신 모든 분들이 사뭇 감사해진다.

학생 때부터 여러 극장의 부지휘자를 겸하다보니 상임지휘자와 음악감독의 생활을 곁에서 지켜볼 수가 있었다. 인상적인 일화를 꼽으라면 어느 공연이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리허설을 마치자 몇날 며칠 같은 시간대에 상임지휘자의 핸드폰이 울린 적이 있었다. 너무 궁금해서 물었더니 시장, 은행장 등 다양한 분들이 그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인즉, 내후년 프로젝트건 때문이었다.

그 순간 상임지휘자의 쉬는 시간은 관객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사무 처리의 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러한 간접 경험을 통해 악보를 공부하고 연습하는 것이 특별함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물을 마시거나 숨을 쉬는 생리 활동과도 같아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비로소 지휘자로서의 나머지 일을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게 '국심의 생생클래식'이 참으로 특별했다고 들었다.
음악이 아닌 글로써 관객과 만난다는 것은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을테니. 생생클래식에서 선보인 무대 뒤 이야기들은 모두 관객과의 만남을 위한 음악인들의 뜨거운 고민의 산물이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각자의 삶터에서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공연장을 오가는 네 시간 남짓 되는 그 시간을 기꺼이 내어준 관객 여러분께 최상의 음악으로 보답드리고 싶은 음악인들의 마음 말이다.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무대에서도 이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윤한결·지휘자(제1회 KSO국제지휘콩쿠르 수상자)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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