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이 어쩌다 전력을 외상 구매하나
파이낸셜뉴스
2022.04.20 18:01
수정 : 2022.04.20 18:01기사원문
적자 늪에 빠져 고육책
탈원전 궤도 수정해야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어쩔 수 없이 택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만일 유일한 전력 소매 공급자인 한전이 발전사들에 대금 납부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전력거래는 중단된다. 이번 조치로 그런 초유의 사태는 면하게 됐다. 하지만 임시변통일 뿐이다. 전기료 수입은 시원찮은데 빚만 쌓이고 있는 한전의 재무구조는 그대로라서다. 한전은 지난해 5조8600억원 적자에 이어 올 1·4분기에만 6조원 영업손실을 낼 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발전용 연료 가격이 급등한 게 단기 요인이다.
초우량 공기업이던 한전의 신체충실지수가 왜 이렇게 나빠졌겠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 요인일 것이다. 지난 5년간 평균 원전 이용률이 지난 정부 때보다 10%p나 낮아졌다. 그 공백은 발전단가가 세 배 이상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메워야 했다. 문 정부는 "탈원전을 해도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한전이 외상거래를 하게 된 현시점에서 보면 '양치기 소년'이 되고만 꼴이다.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정상궤도를 벗어난 에너지정책을 바로잡는 게 맞다. 두부값(전기료)이 콩값(연료비 등 발전비용)보다 더 싸다는 푸념이 왜 나오겠나. 정부가 물가관리 차원을 넘어 정치적 고려까지 보태 전기요금을 묶어둔 결과다. 대선에서 전기료 동결을 공약한 윤석열 정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언제까지 '전기료 폭탄' 돌리기를 계속할 건가. 신구 정부가 에너지바우처 확대 등 취약계층의 부담을 낮추는 걸 전제로 전기료 현실화 논의에 머리를 맞댈 때다. 현 정부가 고리2호기 수명연장 등 신정부의 탈탈원전 행보에 적극 협력해야 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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