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금리인상 빅스텝 밟을까
파이낸셜뉴스
2022.05.16 18:21
수정 : 2022.05.16 18:21기사원문
이창용 총재 "배제 못해"
물가와 성장 사이 딜레마
이 총재는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처음 만났다. 여기서 이 총재는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이미 빅스텝을 단행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를 0.5%p 높은 연 0.75~1% 수준으로 올렸다. 빅스텝은 22년 만에 처음이었다. 나아가 파월 의장은 앞으로도 몇 차례 더 빅스텝을 밟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이 빅스텝을 밟는 이유는 전적으로 물가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비 8.3% 올랐다.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급격한 금리인상이 불러올 부작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급격한 금리인상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미국처럼 올리면 한국은 상당한 경기 하방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금리 동조화 정책을 펴기보다 국내 물가·경기 안정을 중시하는 독립적 통화정책을 펴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통상 국책 KDI는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 견해를 대변한다.
금리정책은 수학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물가안정을 중시하면 빅스텝이 낫지만 저성장 부작용을 각오해야 한다. 반대로 성장에 중심을 두면 베이비스텝이나 금리동결이 낫지만 물가를 잡기는 쉽지 않다. 최악은 중앙은행이 소신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다. 이 총재가 빅스텝 카드를 꺼낸 것은 반드시 물가를 잡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오는 26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한다. 빅스텝이든 아니든 '소신파 이창용'의 모습을 기대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