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의사·의료법인은 상인 아냐… 임금은 '상사채권' 아닌 '민사채권'"
파이낸셜뉴스
2022.06.14 12:06
수정 : 2022.06.14 12: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의사나 의료법인은 상인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의료법인이 의사에게 미지급한 임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미지급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이율도 연 6%가 아닌 연 5%를 적용해야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A씨 등이 B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파기자판했다고 14일 밝혔다.
B의료법인에서 산부인과와 신경외과 의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A씨 등은 근로계약기간 만료로 2018년 2월 각각 퇴사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당초 임용계약에서 약정된 근무시간을 초과해 근무했음에도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받지 못했고, 퇴직금 역시 이를 기준으로 산정된 만큼 미지급된 근무수당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 등 채권이 상사채권인지 일반 민사채권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상사채권이라면 상법상 지연이율 6%가, 일반 민사채권일 경우 민법상 지연이율인 연 5%가 적용된다.
A씨 등은 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 차액 인용액을 청구하면서 퇴직일부터 14일까지는 민법에 따른 5% 이율을 적용했다.
무변론 판결이 이뤄진 1심은 A씨 등의 청구를 인용했다. 2심은 시간외 근로수당 청구는 기각하고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및 퇴직금 차액 청구는 받아들여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A씨 등은 청구한 미지급 수당 및 퇴직금 차액 인용액에 대해 퇴직일부터 14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5% 이율이 아닌 상법에 따른 연 6%로 산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료법의 여러 규정과 제반 사정을 참작하면 의사나 의료기관을 상법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갖는 임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법은 의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제한하고 그 직무에 관해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다. 개별 사안에 따라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활용해 진료 등을 행하는 의사의 활동은 정형적인 영업활동이나 자유로운 광고·선전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 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의사와 의료법인을 상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의사가 의료기관에 대하여 갖는 임금 등 채권의 본질은 상사채권이 아닌 일반 민사채권이라는 점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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