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절반이상이 '의무지출'... 정부, 5년간 지출 증가율 4%대로

파이낸셜뉴스       2022.09.12 18:39   수정 : 2022.09.12 18:39기사원문
4대연금·건보 등 줄일 수 없어
재정건전성 강화 허리띠 졸라매

정부가 임의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이 내년부터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의무지출이 증가하면 정부가 정책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예산이 그만큼 쪼그라든다. '쩐(예산)의 부족'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갈수록 커지는 재정 씀씀이에 중기 지출 증가율을 현재 5%대에서 4%대 중반으로 낮추며 재정건전성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재정건전성을 잡기 위해서는 지출 구조조정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의무지출 비중 2060년 78.8%

12일 기획재정부의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총지출 639조원 중 53.5%(341조8000억원)는 의무지출이다. 의무지출은 국민·공무원·사학·군인 연금 등 4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에 지급의무가 명시돼 있어 정부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예산이다.

의무지출이 커질수록 정부의 정책의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재량지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재량지출 중에서도 쉽게 줄일 수 없는 국방비와 인건비 등 경직성 재량지출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더욱 빠듯해진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연금 지출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의무지출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재량지출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의무지출 비중은 내년 53.5%를 시작으로 2024년 54.0%, 2025년 54.7%, 2026년 55.6%로 매년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재량지출 비중은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는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서 '최악 시나리오' 땐 2060년 의무지출 비중이 80%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정책대응 없이 현재의 인구 감소와 성장률 하락 추세가 유지되는 경우 2060년 총지출은 1648조원, 이 중 의무지출은 78.8%(1297조9000억원)에 달하게 된다는 추산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성장률 하락세가 완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75.1%, 출산율 제고로 인구 감소세가 둔화하는 시나리오에서는 76.8%로 2060년 의무지출 비중이 각각 추계됐다.

■지출 증가율 4%대로 줄인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2022∼2026년 중기 지출 평균 증가율을 현재 5%대에서 4.6%로 낮춘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5.2%이지만 2024년 4.8%, 2025년 4.4%, 2026년 4.2%로 점차 지출 증가 속도를 줄여갈 계획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지난해 정부가 제시한 2021∼2025년 총지출 증가율은 5년 평균 5.5%로, 윤 정부가 총지출 증가율을 1%p 가까이 끌어내렸다.

총수입 증가세까지 고려하면 가파른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의무지출이 커져 총지출 삭감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수지를 개선하려면 국세수입 등 총수입 증가가 필수다.

새 정부는 2022∼2026년 총수입 증가율로 연평균 6.6%를 설정했다. 1년 전 제시한 2021∼2025년의 연평균 증가율인 4.7%보다 2%p 가까이 높은 수치다.
최근 소득세·법인세 증가 추이, 부동산 세수 증가 등 영향이 반영됐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위해 지출 구조조정이 필수인 만큼 재정준칙 법제화나 교육교부금 개편 등 제도개혁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지난달 예산안 브리핑에서 "우선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역대 최대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이러한 방식을 2027년까지 유지하기 위해선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며 "재정준칙 법제화와 재정 성과 관리체계 개편 등을 병행하면서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