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방 56개국 물려받는 찰스3세…식민지배 사죄 등 '책임' 떠안아
파이낸셜뉴스
2022.09.18 18:04
수정 : 2022.09.18 18:04기사원문
회원국과 인연 짧고 경제지원도 축소
일부 왕국은 이미 공화국 전환 움직임
지난 11일(현지시간) 카리브해 섬나라이자 영국 왕을 군주로 따르는 15개 영연방 왕국 중 하나인 '앤티가 바부다'는 3년 안에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다른 영연방 왕국인 자메이카도 왕정 폐지를 요구했으며 왕국은 아니지만 영연방 국가인 케냐에서는 영국이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 요구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 같은 유럽 계열 회원국에서도 왕정 폐지론이 적지 않다.
이런 해묵은 논란은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로 더욱 맹렬하게 불타고 있다. 그가 바로 영연방의 정신적 지주였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 이후 대영제국을 완성했던 영국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의 자치 요구가 커지자 제국을 해체하고 1931년 본토와 식민지, 자치령 등으로 구성된 영연방을 출범시켰다. 영연방은 출범 당시만 해도 영국 왕을 군주로 삼아 충성해야 한다는 가입 조건을 달았으나 1949년에 인도의 요구로 해당 조건이 폐지됐다. 이후 영연방은 주종관계가 아닌 국제적인 모임으로 바뀌었고 3년 뒤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의 손에서 동서양을 아우르는 관세 동맹이자 기술 교류 무대, 외교 연합의 형태로 자라났다. 그는 영국 내정에 침묵했지만, 아프리카 등 비서방 회원국 정치와 지원에 깊이 관여했고 짐바브웨 독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980년대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제재 문제로 당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대치하기도 했다. 옛 식민지 출신 국가와 소국들은 영연방과 엘리자베스 2세의 지원 덕에 경제 원조, 비자, 유학 등 특혜를 얻었고 국제 외교에서 다른 영연방 대국의 지원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인구 150만명 이하 42개국 가운데 32개국은 영연방 소속이다.
외신들은 찰스 3세가 우선 식민지배 사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FT와 접촉한 아프리카 관리는 찰스 3세가 영연방을 이끌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피지나 레소토처럼 작은 회원국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왕이 작은 회원국도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며 "찰스 3세가 이러한 태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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