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만능주의, 최선인가?
파이낸셜뉴스
2022.10.11 18:07
수정 : 2022.10.11 18:07기사원문
그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처음부터 녹음을 해놓고 있었다. 이미 전달된 저자의 면면을 잘 알고도 잠재적 가해자로 간주한 출판사가 미웠다. 그가 원치 않는 상황을 대비하여 증거수집 중이었다. 왜 이처럼 불신의 사회가 되었는가. 요즈음은 일반인도 법 전문가나 알 듯한 법률용어를 사용하며 법적인 일가견을 펼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어디서 이런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었을까.
누구나를 막론하고 버스나 전철, 걸어가면서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혹은 매스컴을 통해 매일 뉴스를 접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소송과 관련된 보도들이 매일 등장하고 서류뭉치를 들고 사건 접수를 하러 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기사를 접할 때마다 정보와 지식이 늘어간다. 법적 상식이 늘어가고 법 절차를 아는 것은 유익한 면이 많다. 문제는 법을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50배 이상 고소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판사 1인당 연간 소송건이 600건 이상으로 일본의 2배 정도이고, 우리나라 법관들의 재판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소송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줄소송을 이어가면 스스로도 절벽을 만나게 마련이다. 사회지도층은 소송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법 활용을 최대로 자제하고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법이 강자를 지키고 더 강자가 되기 위하여 오용 혹은 남용되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지키고 국민에게 최후의 보호자가 돼야 한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칼로 싸울 것을 말로 싸우도록 바꾸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 했다. 정치가 대화인 줄 알지만 상대방이 대화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쌍방이 이런 생각을 지속한다면 줄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전에 쌍방의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백기를 들고 나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하나가 먼저 백기 들고 끝까지 대화로 나가볼 수는 없는 것인가. 손해 볼 줄 알면서 끝까지 '국민'을 위한다면, 그 정신을 국민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공동목표는 선거철이면 외쳐대는 국민을 위하는 것이다. 사회지도층은 소송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법 없이도 살아내며 묵묵히 우리 사회를 받쳐주고 있는 '국민'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약력 △65세 △미국 미네소타대 사회복지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 법대 연구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방문교수 △숭실대 사회과학대학 학장
배임호 백석대 초빙교수·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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