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를 막론하고 버스나 전철, 걸어가면서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혹은 매스컴을 통해 매일 뉴스를 접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소송과 관련된 보도들이 매일 등장하고 서류뭉치를 들고 사건 접수를 하러 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기사를 접할 때마다 정보와 지식이 늘어간다. 법적 상식이 늘어가고 법 절차를 아는 것은 유익한 면이 많다. 문제는 법을 오용하거나 남용하는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50배 이상 고소를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판사 1인당 연간 소송건이 600건 이상으로 일본의 2배 정도이고, 우리나라 법관들의 재판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소송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소송만능주의가 만연하면 법의 사명인 사회질서 유지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사회통합의 사명을 다하기 어렵다. 그 사명을 위해서는 실제 법 집행에 있어서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소송만능주의는 사회지도층과 국가기관 그리고 사회 내에 불신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법은 힘있는 사람의 이익을 대변한다'와 '법은 분쟁을 해결한다'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법치주의 구현에 사회지도층의 법 준수 부족이 장애가 되고 있다고 한다.
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줄소송을 이어가면 스스로도 절벽을 만나게 마련이다. 사회지도층은 소송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법 활용을 최대로 자제하고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법이 강자를 지키고 더 강자가 되기 위하여 오용 혹은 남용되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지키고 국민에게 최후의 보호자가 돼야 한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칼로 싸울 것을 말로 싸우도록 바꾸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 했다. 정치가 대화인 줄 알지만 상대방이 대화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쌍방이 이런 생각을 지속한다면 줄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기 전에 쌍방의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백기를 들고 나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하나가 먼저 백기 들고 끝까지 대화로 나가볼 수는 없는 것인가. 손해 볼 줄 알면서 끝까지 '국민'을 위한다면, 그 정신을 국민이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공동목표는 선거철이면 외쳐대는 국민을 위하는 것이다. 사회지도층은 소송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법 없이도 살아내며 묵묵히 우리 사회를 받쳐주고 있는 '국민'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약력 △65세 △미국 미네소타대 사회복지학 박사 △미국 하버드대 법대 연구교수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방문교수 △숭실대 사회과학대학 학장
배임호 백석대 초빙교수·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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