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0.5%p? 美금리인상 속도조절 확신하는 시장, 근거는
파이낸셜뉴스
2022.10.28 05:00
수정 : 2022.10.28 09:01기사원문
①선거 앞두고 패색 짙은 민주당 연준 압박
②예상보다 물가 상승 더디고 침체는 빨라
③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미 속도조절 착수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결정이 미 중간선거 엿새 전으로 정해지면서 금리 인상을 말리는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경기에 찬물을 뿌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굳이 선거 직전에 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경제 지표들 역시 경기 침체 신호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 가운데 일부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췄고 시장에서는 연준 역시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선거 앞둔 정치권, 연준 행보에 불만
연준은 다음달 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마치고 기준 금리를 결정한다. 엿새 뒤인 8일에는 미 상원의원 100석 중 35석, 하원의원 435석 전체, 주지사 50명 가운데 36석을 비롯해 각 주의 국무장관 등을 교체하는 중간선거가 열린다. 현재 여당인 민주당은 하원에서 220석을 차지해 공화당(212석)을 간신히 견제하고 있으며 상원에서는 공화당과 함께 각각 50석씩 의석을 양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보도에서 조 바이든 정부가 상·하원 모두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는 시나리오를 준비중이라고 전했고 같은날 공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의 지지율은 39%에 불과했다.
현지 매체들은 치솟는 물가와 경기 침체 우려가 바이든 정부의 최대 악재라고 보고 있다. 연준은 올해 초부터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고 지난 9월까지 3연속으로 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섰다. 시장은 연준이 11월 회의에서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강행할 지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강성 좌파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지난 8월 “연준의 금리인상이 미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고, 대규모 실업 사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주)은 지난해 연준이 물가상승에 무방비한 대처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셰로드 브라운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은 25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연준의 책임이 2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월에게 "물가상승에 대응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지만, 동시에 완전고용을 확보해야 하는 당신의 책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과도한 통화 긴축이 불러올 잠재적 실업은 노동자 계급에 이러한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연준 흔드는 물가·경기 전망
미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6일 경제매체 CNBC를 통해 "파월은 연준이 완전고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낮은 물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주장을 고수할 것이다. (이번 압박이) 연준의 정책 결정에 어떤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 인상 근거로 강조했던 물가 전망이 달라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27일 올해 3·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를 발표한다. PCE 지수는 노동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비슷한 물가 지수지만 연준은 공개적으로 PCE 지수를 주시한다고 강조해 왔다.
25일 기준으로 미 금융권이 전망한 3·4분기 PCE 증가율은 연간 1%로 2·4분기 대비 절반 수준이며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가장 낮다. 특히 같은날 발표된 S&P 코어로직 케이스 실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8월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3% 감소했다. 이는 2009년 3월 이후 13년만에 최대 낙폭이다. 주거비는 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주택 가격과 물가 수준은 연관성이 높다.
반면 금리 인상에 휘청거리는 경기 전망은 좋지 않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지난 24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연준이 내년 실업률을 4.4%로 보고 있지만 물가 억제를 위해 더 큰 희생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9월 실업률은 3.5%였다. 도이체방크는 내년 말까지 약 40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져 실업률이 6%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연준 인사들도 속도 조절론을 꺼냈다. 연준 산하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지난 21일 연설에서 "지금이 (기준금리 인상폭의) 단계적인 축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라엘 브라이너드 부의장도 지난 10일 연설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가 부분적으로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고개 드는 '속도 조절론'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곧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제공하는 시장분석도구인 페드워치로 미 기준금리 선물 거래인들의 매매형태를 분석한 결과 27일 오전 기준으로 연준이 다음달 FOMC에서 금리를 0.5%p 올릴 가능성은 7%였다. 0.75%p 인상 확률은 93%였다. 0.5%p 인상 확률은 20일만 해도 1.6%에 그쳤으나 26일에 3.8%로 뛰어 하루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동안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달러 가치도 주춤했다. 27일 오전 기준으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09.68을 기록하여 20일 이후 약 1주일 연속 하락했으며 지난 5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의 속도 조절론에 확신을 심은 것은 캐나다 중앙은행(BOC)의 결정이었다. BOC는 26일 발표에서 6연속 기준 금리 인상을 발표했지만 인상 폭을 0.5%p로 줄였다. 앞서 BOC는 지난 7월과 9월에 각각 1%p, 0.75%p씩 금리를 올렸다. 주요7개국(G7) 가운데 1%p 인상에 나선 국가는 캐나다가 처음이었다. 티프 맥클렘 BOC 총재는 "긴축을 너무 많이 하면 필요 이상으로 경기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외신에서는 캐나다의 행보가 다른 선진국의 속도 조절에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NBC는 시장에서 11월 0.75%p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지만 12월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오는 12월 14일에 올해 마지막 FOMC 회의를 마치고 기준 금리를 결정한다. 페드워치에 의하면 12월 FOMC에서 0.5%p 인상 가능성은 55.5%였으며 0.75%p 인상 가능성은 39%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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