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선생님께서 우리 애랑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셨다면서요? 그 얘기를 듣는데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유치원 교사들의 일상을 다룬 개그맨 이수지의 유튜브 풍자 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실제 보육 현장의 씁쓸한 민낯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9일 개그맨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는 '유치원 교사 이민지씨의 봄(feat 모기): 휴먼다큐 진짜 극한직업'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지난 7일 공개돼 58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1편에 이은 후속작이다.
해당 영상에는 가상의 유치원 교사 이민지(이수지 분)가 진상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과 요구에 시달리는 모습이 담겼다. 아이의 정서 보호를 명목으로 놀이의 승패를 알려 주지 말아 달라는 요구부터, 법정 감염병에 걸린 아이를 등원시키며 감기약을 먹여 달라는 부탁까지 황당한 사례들이 이어졌다.
특히 야외 활동 중 아이가 모기에 물리자 구급차를 부르거나, 학부모가 원장 면담을 요구하는 장면은 '내 아이만 우선'인 일부 학부모의 과잉보호를 꼬집었다. 교사가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아이들이 주눅 들지 않게 "도윤이도 1등, 서하도 1등"을 외치며 맞춤형 케어를 하는 모습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이 풍자극에 가장 뜨겁게 반응한 이들은 전국의 전·현직 어린이집 및 유치원 교사들이다. 영상은 30일 오후 9시 기준 조회수 230만 회를 훌쩍 넘겼고, 하루 만에 1만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교사들은 댓글창을 통해 자신들이 겪은 갑질 피해를 앞다퉈 토로했다.
자신을 23년 차 어린이집 교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아이가 아파도 해열제를 먹여 원에 보내고, 열경기로 구급차를 불렀더니 며칠 뒤 학부모가 '상황이 이해 안 간다'며 CCTV를 요구하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인이 어린이집 교사인데 학부모들이 툭하면 CCTV를 보자고 한다. 교사 인권은 바닥이고 업무는 심연 같아 결국 지인이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이가 적응을 못 하자 정서 학대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사람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이어졌다.
교사들은 이수지의 영상이 자신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맙다면서도, "별생각 없이 봤는데 하나도 웃기지 않고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현실은 영상보다 훨씬 끔찍하고 힘들다"며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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