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공부?
파이낸셜뉴스
2022.12.13 18:04
수정 : 2022.12.13 18:43기사원문
미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필자의 경험으로는 미국 아이들 대부분은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대학에서의 전공을 결정하기 전까지 많은 방황을 한다. 미국 사회 자체가 대학을
꼭 다녀야 한다는 우리나라 정서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데, 미국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지원을 하기도 하고 건축 공사장에서, 더 쉽게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당 급여를 받으며 삶의 독립을 시작한다. 쉴 새 없이 달리는 우리에게는 시간 낭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미국 사회의 여유로움이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 아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FUN' 'ENJOY'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 단어의 뜻대로 '재미'와 '즐김'이 아마도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척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필자가 알고 지내는 한 피아니스트는 어려서부터 모든 콩쿠르를 휩쓸며 피아노의 신동으로 자랐는데, 음악박사 학위를 공부하는 중에 마음의 변화로 갑자기 의과대학으로 방향을 바꾸고 현재는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나는 미국의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이 좋다! 그분이 말하길 "피아노 연습하듯이 하면 뭘 못 하겠느냐"라고 하더니 그렇게 해내고야 말았다.
미국 대학은 전공이 없는(Undecided major) 학부생들이 꽤나 있다. 대학 입학 후 관심분야의 과목들을 이수하면서 본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 평생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그래서 어떤 학생들은 대학을 조금 오래 다니기도 하고 쉬었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렇게 하고 싶은 전공을 찾은 학생들의 수업태도는 사뭇 진지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장래에 의사로 키워야지! 판검사로 키워야지! 다들 다부진 꿈을 가져보지만 우리 아이들이 평생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줄 수 있다면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 자녀를 둔 부모의 자랑도 무용담 이상으로 재미있기는 하지만, 평생 그들이 즐기며 할 수 있는 거라면 그것처럼 큰 축복은 없겠다. 병든 자를 불쌍히 여기며 위로하는 의사들이 많다면 병원 가는 일이 즐겁고, 우리 각자 좋아서 하는 일을 찾아서 한다면 우리의 가정이 즐겁고, 나아가서 우리의 사회가 즐겁지 않을까?
박종원 서울시합창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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