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뇌관' 중소증권사·캐피털이 떤다

      2023.03.20 18:29   수정 : 2023.03.20 21:27기사원문


국내 비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본격화하고 있다. 위험 노출액 규모는 200조원을 넘보고 9개월 만에 연체율이 5배 가까이 늘어난 업권도 나타났다. 실제 보험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월말 기준 0.07%에서 지난해 3·4분기 0.39%로 껑충 뛰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가운데 국내 금융위기 뇌관 1순위로 꼽힌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식하고 부동산 PF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은행권의 부동산PF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8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PF대출 잔액(116조6000억원)의 73.6%로 은행권 PF대출 잔액(30조8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문제는 비은행권 부동산PF의 위험노출액이 최근 4년 사이에 2배가량 늘며 200조원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비은행권 부동산PF 금융위험 노출액은 2018년 말 9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191조7000억원까지 폭증했다. 부동산PF 위험노출액에는 대출,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등이 포함된다.

연체율도 가파르게 치았다. 보험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07%에서 단 9개월 만에 0.39%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캐피탈사의 연체율도 같은 기간 0.4%에서 1.2%로 증가했다. 증권사는 3.7%에서 8.2%로, 저축은행은 1.2%에서 2.4%로 각각 연체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통상 은행에 비해 자본여력이 낮은 비은행 금융기관은 위험사업장을 주로 취급해 사업성 악화로 인한 PF대출 부실 가능성이 크다. 실제 유동화증권과 같은 부동산PF 관련 채권이나 증권은 보통 2~3년 후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기반해 제공돼 위험도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이 자칫 금융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SVB, CS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불확실성이 우리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약한 고리인 부동산PF 등 부동산을 둘러싼 부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이 높은 중소 증권사, 지방 저축은행 및 캐피털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부실과 잠재 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저축은행의 경우 고위험사업장 대출비율이 높다는 점이 주요 부실요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고위험사업장 대출비중이 29.4%, 리스크가 큰 아파트 외 사업장 대출비중이 84.6%로 1위를 차지했다. 증권사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9000억원에 달한 부동산PF 대출 관련 우발채무 가운데 가치손실 위험을 증권사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매입 확약' 비율이 92.4%(19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이다.


이 같은 비은행권의 부동산PF 부실 우려에 금융당국도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을 실시해 한시적으로 저축은행의 여신한도를 완화한다.
사업장에 대한 채권 재조정 및 신규 자금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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