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 방치는 현대판 매국행위다
2023.06.08 18:04
수정 : 2023.06.08 18:04기사원문
지난 1월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반도체 기판을 세정하는 기술을 중국으로 넘긴 일당이 기소됐는데 이들은 1193억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경련은 연간 기술유출 피해 규모를 56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2021년 국내총생산(GDP)의 2.7%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이처럼 기술유출은 산업을 붕괴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다. 정부도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형량을 15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했다.
문제는 법원이다. 2021년 기술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33건 중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87.8%나 된다. 실형과 벌금 등은 각각 2건(6.1%)뿐이다. 이러니 막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한탕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
법원이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는 이유는 있다. '외국에서 사용되게 할 목적'을 입증해야 하는데 입증이 까다롭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국민 법 감정으로서는 법원의 태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가를 받고 기술이 넘어간 결과를 중시하면 되지 목적과 의도를 엄히 따질 이유는 없다. 까다로운 법리가 문제라면 법원이 법 적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세계 각국은 타국의 기술을 빼돌리고 자국 기술은 보호하느라 피 터지는 기술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단속과 처벌도 우리처럼 느슨한 국가는 없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으로 간첩죄에 준해 기술유출을 다스리는데 징역 30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다. 벌금은 최고 500만달러(65억원)까지 부과한다. 기술유출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은 매국행위나 다름없음을 깨닫고 법원은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