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반도체 기판을 세정하는 기술을 중국으로 넘긴 일당이 기소됐는데 이들은 1193억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술은 정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기술이다. 기술유출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하고 있고 유출국도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경련은 연간 기술유출 피해 규모를 56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2021년 국내총생산(GDP)의 2.7%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이처럼 기술유출은 산업을 붕괴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다. 정부도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9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형량을 15년 이하 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했다.
문제는 법원이다. 2021년 기술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33건 중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87.8%나 된다. 실형과 벌금 등은 각각 2건(6.1%)뿐이다. 이러니 막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한탕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다.
법원이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는 이유는 있다. '외국에서 사용되게 할 목적'을 입증해야 하는데 입증이 까다롭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국민 법 감정으로서는 법원의 태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가를 받고 기술이 넘어간 결과를 중시하면 되지 목적과 의도를 엄히 따질 이유는 없다. 까다로운 법리가 문제라면 법원이 법 적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세계 각국은 타국의 기술을 빼돌리고 자국 기술은 보호하느라 피 터지는 기술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단속과 처벌도 우리처럼 느슨한 국가는 없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으로 간첩죄에 준해 기술유출을 다스리는데 징역 30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다. 벌금은 최고 500만달러(65억원)까지 부과한다. 기술유출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은 매국행위나 다름없음을 깨닫고 법원은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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