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대란 D-4개월

파이낸셜뉴스       2023.06.11 18:46   수정 : 2023.06.11 18:46기사원문

6049대 1. 청약광풍이 몰아쳤던 2년 전 일부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의 최고경쟁률은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비주거용 시설에 이 정도의 청약자가 몰린 건 이례적이었다. 청약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전국적으로 생숙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결과적으로 그럴 만했다. 당시 집값상승기로 아파트 청약경쟁을 뚫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더구나 떴다방, 기획부동산 등이 생숙을 '세컨하우스' '취사 가능한 주거시설' 등 주거용으로 홍보하는 엇나간 마케팅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제에서 자유롭고 청약통장이 필요없으면서 전매가 가능한 장점을 부각시켰다. 별도의 대출제한이 없어 자금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도 생숙으로 눈을 돌렸다. 자금조달과 세금 등의 부담은 낮으면서 실거주할 수 있다고 하니 아파트보다 더 나아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2년 관련제도가 도입된 생숙은 엄연히 장기투숙을 위한 숙박시설로 주거용이 아니다. 즉, 실거주를 위한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에겐 처음부터 맞지 않는 상품이다.

정부는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해 2021년 10월 생숙의 주택사용 불가를 못 박고 숙박시설 등록의무를 강화했지만, 이미 준공 및 분양된 생숙이 9만가구를 넘었을 때다. 검단 등 신도시급 규모다. 실거주자는 오는 10월 14일까지 주거용 오피스텔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세의 10%가 매년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된다.

현재 생숙은 전매, 매매 모두 거래절벽이다. 선택지는 오피스텔로 전환하거나 위탁사를 선정해 운영하는 정도다. 그러나 전자는 한마디로 현실성이 낮다. 주차장과 복도 폭을 늘려야 하고 소방·배연시설 등 각종 안전기준도 오피스텔에 맞춰야 한다. 설계와 공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다가 수분양자 100%가 동의해야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할 수 있어 첩첩산중이다. 정부 집계 기준으로도 오피스텔 전환율은 1% 안팎이다. 후자는 오갈 데 없는 실거주자를 쫓아내는 것과 다름없다. 대다수 생숙이 아파트 대체재로 공급돼 위탁으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은 입지환경이다.

더 큰 문제는 반전세 등 전세 세입자가 있는 경우다. 숙박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세입자를 구할 수 없고, 전세자금대출도 불가능해 대규모 전세사고 진앙지가 될까 우려스럽다. 9만4000여가구 중 어느 정도인지 파악된 수치는 전무하다. 일각에선 최소 수천가구가 될 것이란 잿빛 전망까지 제기한다.

앞으로 불과 4개월 내에 이 같은 불안요인들이 해소되기에는 역부족이다.
꼼수분양과 법적 잣대 사이에 선의의 피해자가 있는지 반드시 들여다봐야 한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가 현실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예견된 리스크가 다가오는데 처벌만 내세우는 건 해법이 되기 어렵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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