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 "'달 샤베트' 아파트·'알사탕' 동동이집도 전시…아이들 눈높이 맞췄어요"
뉴시스
2023.06.21 17:51
수정 : 2023.06.23 13:47기사원문
'백희나 그림책展'...첫 단독 대규모 개인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서 개막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백희나의 그림들은 책에만 갇혀있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작품들이다.
세계 최고 아동 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는 자신의 그림책 속 장면을 위해 세트와 캐릭터 인형을 직접 제작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시를 이렇게 빨리하게 될 줄 몰랐어요. 제 작업방식이 힘들다 보니 붓을 들지 못하는 노년에 전시를 하려고 했는데…"
예술의전당은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으로 백 작가의 그림책을 전시한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펼친 '백희나 그림책전'은 백 작가의 첫 단독 개인전이자 그간 그림책을 제작하며 만들어 둔 모형을 대중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21일 전시장에서 만난 백 작가는 "책을 위해 만든 배경과 인물, 소품을 다시 관람객이 예술작품으로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 형태로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창작을 해야 했다"며 고생스런 후일담을 전했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를 위해 책을 만들어 온 백 작가답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림책 '꿈에서 맛본 똥파리'에 등장하는 연못은 전시장 바닥에 설치했고 '알사탕', '나는 개다' 등의 세트장은 진열장의 높이를 성인에게는 낮지만 어린이에게는 보기 좋은 높이로 설치했다.
"내가 만드는 책은 한 아이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정말 잘해야는 과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시를 준비하며 그래도 떳떳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 작가는 "물론 전시를 하나의 감상할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세련되게 연출하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흔들리지 않은 기준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것이었다. 어린이 관람객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로막혀 아무것도 못 보고 돌아가는 전시는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보였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보스턴글로브 혼 북 어워드' 명예상 수상작 '달 샤베트'의 아파트 모형이다. 무더운 여름날 늑대들이 사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백 작가는 7층 높이의 아파트를 직접 만들었다. 그는 "아파트 전체가 필요한 장면은 몇 개 없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전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집마다 서로 다른 디테일이 숨어있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여러 각도에서 보면서 그림책에서 봤던 장면을 다른 방식으로 디테일하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백희나를 있게 한 데뷔작 '구름빵'도 액자 그대로 보관했던 작품을 전시를 위해 가져왔다. '알사탕'의 주인공 '동동이'의 집은 이번 전시를 위해 콘센트와 에어컨까지 새롭게 설치하며 그림책에선 찾을 수 없던 디테일을 더했다.
그림책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숨은 이야기와 재미를 만들어 내며 백 작가는 "이야기의 힘"을 느꼈다. 그는 "기존에 책을 주 매체로 여기고 다른 부수적인 것들을 2차 매체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콘텐츠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걸 후배 창작자에게 알려주고 싶기도 하다. 어떻게 책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 이번 전시를 통해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림책에서 시작해 하나의 전시가 완성됐듯 백희나는 이번 전시가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번 전시를 보며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전시를 다 보고 나서 무언가 만들어 보고 싶다는 창작욕이 생기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shin2ro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