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길·해적…세계무대서 두각 보이는 한국 창작발레
뉴시스
2023.06.22 16:14
수정 : 2023.06.22 16:14기사원문
창작 레퍼토리 부족으로 고전해온 한국 발레계에 잇달아 좋은 소식들이 날아들고 있다.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무브먼트'를 통해 발굴된 송정빈 안무가의 '해적'이 지난 5월 유럽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발레리나 강미선(40)이 창작발레 '코리아 이모션-미리내길'로 세계 무용계 최고 권위의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 발레리나 박세은(2018년)이 이 상을 수상했지만, 창작 발레 작품을 통해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것은 강미선이 처음이다.
한류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의 대가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2014)에서 발췌한 동명의 국악 크로스오버곡에 한국 고유의 정서인 정(情)을 아름다운 몸의 언어와 한국 무용의 색채로 녹여냈다. 강미선은 이 작품을 통해 먼저 떠난 남편을 향한 아내의 그리움을 숨이 막히도록 먹먹하게 그려내 큰 호평을 받았다.
유병헌 예술감독은 22일 뉴시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강미선 발레리나가 창작발레로는 국내 처음으로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며 "안무가로서 매우 영광스럽다"고 했다.
유 감독은 "최근 20여년간 한국발레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해외 유수의 무용단에 한국인 무용수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라며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창작발레 레퍼토리가 부족해 발레작품을 수입하기만 하고 수출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레 '춘향'으로 남미 등 여러 국가에서 공연을 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았고 이번에 '미리내길'이 큰 공감을 받은 것을 보고 한국의 정을 외국인들도 공감하고 감동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느꼈다"며 "한국의 정서와 음악을 담은 발레작품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국립발레단이 재창작을 통해 자체 개발한 레퍼토리 '해적'이 성공적 해외 데뷔를 마쳤다. 국립발레단의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송정빈이 마리우스 프티파의 오리지널 버전을 재안무한 '해적'은 지난 8일 스위스 로잔 볼리외 극장에서, 11~12일 비스바덴 헤센 주립극장 무대에서 각각 공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특히 독일 공연은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2023 인터내셔널 메이 페스티벌' 초청으로 이뤄졌다. 메이 페스티벌 측은 해적 초청을 위해 국립발레단에 공연 사례비를 제공하고, 110명에 이르는 공연단 전원 현지 호텔, 극장과 공연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새로운 안무가를 육성하고 국립발레단만의 레퍼토리를 제작, 보유하기 위해 이뤄진 국립발레단의 ''KNB 무브먼트' 프로젝트로 탄생해 더욱 뜻 깊다. 국립발레단은 강수진 단장 겸 예술감독 취임 이듬해인 2015년 이 시리즈를 시작, 올해로 8회째 이어가고 있다. 56명의 안무가들이 지금까지 52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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