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전국구 담합대회하는 '요즘 조폭'…"90도 깍두기 인사는 여전"
뉴스1
2023.06.30 12:00
수정 : 2023.06.30 14:40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1990년대생 신규 조직 폭력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전국의 또래 조직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른바 '전쟁'이라 불리는 조직 간의 정면 승부 대신 살아남기 위한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폭력조직의 상징과도 같은 '깍두기 인사'는 시대가 흘러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었다.
◇ '하얏트 호텔난동' 수노아파 조직원 39명 재판행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30일 '하얏트호텔 난동사건'에 가담한 수노아파 조직원 39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수노아파는 전남 목포를 거점으로 결성된 폭력범죄단체로 지난 1997년 범죄단체 조직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 이후에도 전국으로 세력을 넓혀 현재 약 120명의 조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2020년 10월 서울 용산구의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3박 4일간 머물며 호텔 직원들을 위협하고, 레스토랑 내 밴드 공연을 중단시키는 등 난동을 피운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수노아파 부두목급 조직원 등이 해당 호텔 소유주인 배상윤 KH회장이 운영하는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보자 손실금을 회수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 SNS서 '또래 모임' 만들어 전국구 연대
검찰은 수노아파 조직원들이 온몸의 문신을 드러낸 채 집단적으로 사우나를 이용하고 객실 흡연을 하는 등 시민들의 일상에 위협을 가하는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대대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1999년대생 신규 조직원들이 계파를 초월한 소위 '또래 모임'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예전처럼 계파별로 정면 승부를 해버리면 양쪽의 조직이 와해된다는 것을 안다"며 "요즘은 서로 간에 사업들을 연대하면서 상호 '윈윈'(win-win) 효과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중 일부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지리산 단합대회를 가는 대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또래 모임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인스타그램 등 SNS 발달로 더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 모였다 흩어지는 '요즘 조직'…檢 "재건 어려울 것"
검찰은 수노아파 조직원 중 활동성 있는 인물 39명을 재판에 넘겨 조직을 사실상 와해 상태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중 9명은 구속 상태로 기소됐는데, 범죄단체에 가입한 사실만으로도 구속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수노아파가 당분간 조직을 재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엔 조직에서 조직원들의 생계를 챙겨줬으나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주주총회에 동원되거나 행사장 경호원으로 투입되는 등 지시가 떨어지면 모여서 활동을 하고 다시 흩어지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한 조직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물에서 전국의 폭력 조직 이름이 담긴 수사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과 검찰이 한동안 조직폭력 수사를 많이 못하면서 범죄가 활성화되고 있었다"면서 "앞으로 시민의 안전과 일상을 위협하는 조직을 파헤쳐 엄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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