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상한 지역은행 합병 "M&A 뒤 자산 축소"...새 모델로 등장
파이낸셜뉴스
2023.07.27 00:56
수정 : 2023.07.27 00: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행인 팩웨스트와 뱅크오브캘리포니아(BofC)간 합병이 기존 상식을 뒤엎는 결과를 낳고 있다.
6월말 약 480억달러 수준인 두 은행의 자산 합계가 합병이 끝나고 나면 36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총자산 줄어드는 이상한 합병
앞서 팩웨스트와 BofC는 25일 양사간 합병이 합의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팩웨스트와 BofC 경영진은 25일 애널리스트들과 전화회의에서 규제당국의 심사를 거쳤다면서 두 은행 합병이 올 후반이나 내년 초에 완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벌리힐스에 거점이 있는 팩웨스트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여파로 지난 1·4분기 예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그 충격으로 주가가 지난해 대비 9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팩웨스트는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캘리포니아 샌타애나의 BofC에 흡수되는 운명에 처했다.
두 은행이 합치면 합병 은행은 70여개 지점을 거느린 캘리포니아 최대 은행 가운데 하나가 된다. 예금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반면 합병 은행의 총자산은 역설적이게도 줄어들면서 자산 규모로 소형 은행이 된다. 2·4분기 두 은행의 서류상 총자산 합계를 밑돌게 된다.
이 이상한 셈법은 합병 과정에서 두 은행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국채를 비롯한 유가증권 등 자산을 매각하고, 정부 지원 대출을 갚을 예정이라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두 은행이 자산을 매각한 뒤에 합병하기 때문에 비록 예금 규모는 늘지만 총자산은 줄어드는 묘한 합병이 되는 것이다.
6월말 현재 두 은행 자산 합계는 약 480억달러이지만 합병 뒤에는 이같은 자산 매각에 따라 총자산이 360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비록 자산은 줄어들지만 이자 부담 역시 완화되면서 내년 합병은행의 순이자 수익은 되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은행들, 합병 문 열렸다
앞서 지난 3월 SVB 붕괴로 촉발된 지역은행 위기로 체질 개선이 필요해진 지역은행들은 이번 팩웨스트와 BofC 합병을 모델로 삼아 자산 매각과 합병에 나설 전망이다.
자산 매각과 합병은 지금으로서는 서로 분리되지 않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지금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보유 자산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 합병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
팩웨스트와 BofC가 그런 것처럼 은행들이 지금 보유 국채 등을 매각하면 숨통은 트이겠지만 고금리 여파로 국채 가격이 폭락한 상태라 헐값 매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이자)과 반대로 움직인다.
자산 매각으로 체질을 개선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감독당국이 제시하는 자본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헐값 자산 매각으로 인해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해결 방안은 바로 합병이다.
결국 합병은행 총자산 규모가 합병 전 두 은행 자산 합계를 밑도는 이상한 방식의 팩웨스트와 BofC 합병이 지역은행들간 합병의 새로운 모델로 등장하게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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