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보여야 하는 합창단?
파이낸셜뉴스
2023.08.30 18:26
수정 : 2023.08.30 18:26기사원문
서로 듣고 음악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애쓰는 과정을 통하여 옆 사람에 대한 배려도 배우며, 옆 사람의 소중함을 경험하는 것이 합창의 매력이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의 한국 합창단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멋진 합창단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필자가 한국에서 보았던 합창단 연주는 이런 훌륭한 음악성과 더불어 외국의 합창단과는 구별되는 색다른 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외적인 것,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는 한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겠지만, 합창 음악회에 가면 화려한 의상과 통일된 화장 그리고 똑같은 머리 모양을 한 합창단들을 거의 모든 합창 연주회에서 볼 수 있다. 똑같은 머리 모양이란 여성 단원들이 머리를 곱게 빗어서 뒤로 묶는 것을 말하는데,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이긴 하지만 어떤 이는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는 게 어울리고, 또 어떤 이는 길게 늘어뜨리는 게 더 어울리는 사람도 있을 거고, 혹은 단발머리로 자태를 꾸미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너무 똑같은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마치 합창을 합창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듯한 인상을 받았다.
사실 합창단 연주회를 보러 오는 관객들도 꾸며진 통일감보다는 음악 안에서 누리는 자연스러운 합창의 조화를 더 많이 즐길 것이다.
행여 우리 지휘자들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무리한 요구가 획일적인 문화의 유산처럼 보일까 두렵다.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일제 식민지 문화의 유산? 머리를 빡빡 깎고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우리 세대도 아니고, 머리가 길다고 장발단속을 하는 시대도 아닌 세계 속의 한국을 자랑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인데 좀 더 자연스럽고 여유 있는 모습의 합창단을 만나고 싶다. 작은 것이지만 아이들이 개인의 소중함을 스스로 느끼고 각 개인들이 협업하여 이루어내는 멋진 합창의 매력이 그들 마음 속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되길 바란다.
박종원 서울시합창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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