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재정질주, 멈출 때
파이낸셜뉴스
2023.09.06 18:06
수정 : 2023.09.06 18:06기사원문
내년엔 1200조원대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쯤 되면 고삐 풀린 망아지다. 코로나19 장기화 대응과 침체된 경기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은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 급증하는 나랏빚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공식화했다. 재정준칙은 나라살림 적자를 관리 가능한 일정비율 이내로 하자는 '정부 가계부'다. 당시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는 -3% 이내에서 관리키로 했다. 통합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치다. 들어오는 돈에서 나갈 돈을 빼도 3% 이내에서 마이너스통장을 쓰자는 얘기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확장재정 기조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국회 상임위 문턱도 못 넘었다.
앞으로 돈 쓸 일은 차고 넘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예비타당성 면제사업 총사업비는 2015년 1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7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예타는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재정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고갱이다. 문제는 예타 문턱이 낮아지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사업이 남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총선이 복병이다. 여야 모두 표심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징조는 이미 감지됐다. 여야는 총선을 딱 1년 앞둔 올 4월 도로·철도 등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의 예타 면제 기준을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시킨 '국가재정법개정안'을 단 1분 만에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반면 3년간 질질 끌어온 재정준칙법안은 이날 논의조차 안 됐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민원사업을 해결해야 하는 여야 의원들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나라곳간은 국민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어려울 땐 과감하게 돈을 풀어야 하지만, 평시엔 곳간을 충분히 채워놔야 한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마냥 손놓고 있다간 미래세대에 빚만 떠안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킨 일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 정책부문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