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치 좀 주세요" 제주 감귤 역대 최고가에 가공업체 '시름'

뉴스1       2024.01.04 07:23   수정 : 2024.01.04 07:23기사원문

제주 감귤 가격이 26년 만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비상품 감귤 수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도개발공사 감귤가공공장. 2024.1.4/뉴스1


제주자치경찰이 도매시장에 출하된 감귤의 규격을 살펴보고 있다.(제주자치경찰단 제공)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감귤 가격이 26년 만에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농축액, 주스로 가공되는 비상품 파치 감귤 수매량이 급감해 가공업체가 때아닌 불황기를 맞았다.

제주도는 가격 호조세를 틈타 비상품 얌체 유통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보고 단속 고삐를 죄고 있다.

4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31일까지 도내 가공용 감귤 수매량은 2만7944톤으로, 2022년 같은 기간 4만957톤 대비 1만3012톤(31%) 감소했다.

가공용 감귤 수매는 매해 10월부터 익년 2월까지 진행된다. 2022년산 총 가공용 감귤 수매량은 6만1532톤이었다.

업계가 오는 2월까지 이어지는 2023년산 가공용 감귤 수매 총량을 약 4만5000톤으로 추정하면서 2014년 이래 처음으로 비상품 수매량이 5톤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맘때쯤이면 새벽마다 비상품 감귤을 팔기 위해 가공공장 앞에 농민들이 장사진을 쳤지만, 이런 풍경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업계는 생산량이 소폭 감소한 데 이어 감귤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가공용으로 쓰여야 할 비상품 감귤이 시장에 유통 중인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산 제주 노지감귤 5㎏당 평균 가격은 1만~1만1000원대를 형성했다. 2022년산 평균 가격 8000~8500원보다 약 30% 높은 수치다. 1997년 감귤가격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가이자 1만원대도 처음이다.

가공용 감귤 수매가와 비상품 유통가는 최대 2배 이상 벌어진다. 상인·농가 택배거래로 비상품 감귤이 20㎏당 5000~8000원 선에 거래되는 반면 가공용으로 처리할 경우 20㎏당 3600원에 그친다.

제주 비상품 감귤은 제주개발공사, ㈜일해(롯데칠성음료 포함), 기타 영농조합법인 등이 수매하는데 처리 물량이 급감하면서 영세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한 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귤값이 좋아서인지 다 상품으로 팔리고 가공공장에 들어오는 물량이 없다"며 "원래 이맘때면 일주일 내내 야근해야 하는데 지금은 귤을 아득바득 긁어모아 봐도 야근을 이틀 할까 말까"라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계약사에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해 위약금을 물어낼 처지에 놓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공장 측에서 감귤밭을 돌며 "비상품을 제대로 처리해달라"고 독려하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연출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비상품 감귤이 너무 많아 처리난을 겪은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비상품이 부족해 공장을 돌리기 어려운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감귤 가격이 호조세를 보이는 건 농가와 제주도에 좋은 일이지만 일부 가공업체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업계 우려대로 실제 선과장과 도매시장에서 적발된 비상품 유통 단속 건수는 수배 늘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넉달간 비상품 감귤 단속 물량은 총 133톤으로, 직전 해 전체 49톤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단속은 노지감귤 출하가 끝나는 오는 2월까지 이어져 비상품 유통 적발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감귤 가격이 너무 좋다보니 비상품을 섞어 유통하는 경우가 많아 단속 건수와 물량이 예년에 비해 늘어났다"며 "26년만의 최고가를 기록한 만큼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단속을 해나간 덕에 적발 건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