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대여' 중개업소에서 일했다 억울하게 벌금 문 취준생
파이낸셜뉴스
2024.05.15 15:24
수정 : 2024.05.15 15:24기사원문
이후 A씨는 몇 차례 계약을 직접 잡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중개보조원 사이에서 이 사무실이 불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공인중개사는 없고 중개보조원만 보이는 것도 이상했다. 팀장 B씨도 공인중개사로는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일을 그만 두고 1년 법원으로부터 공소장을 받게 됐다. 공소장을 받는다는 것은 범죄 혐의로 정식 기소됐다는 의미다. A씨는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게 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공소장을 받고 알아보니 A씨가 일하던 사무실은 B 팀장이 공인중개사의 명의를 대여한 불법 사무실이었다. 실제 공인중개사는 활동하지 않는 사무실이라는 얘기다. B팀장은 이미 처벌 받았다. A씨는 이런 불법 사실을 몰랐지만 결과적으로 공인중개사법 위반 행위로 벌금 300만원을 물었다. 다른 중개보조원들도 대부분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공인중개사법은 명의를 빌려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른바 '명의대여 사무실'을 규제하고 있다. 명의를 빌려 준 사람과 빌려 사무소를 운영한 사람은 물론 이런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일을 함께 한 중개보조원도 처벌을 하게 돼 있다.
A씨는 "구직사이트 통해 취업했고, 그러한 업무방식이 관행이었으며, 위법인지 명백히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미필적 고의'로 판단해 처벌했다. 미필적 고의란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수하면서 행동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중개보조원 취직했으나 해당사무실이 명의대여 공인중개사 사무실인 경우에 중개보조원으로 취직해 일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에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러한 명의대여 사무실은 곳곳에 있다. 공인중개사 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본인은 모른 채로 공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보이스피싱' 범죄다. 대다수 보이스피싱 범죄 단체는 현금 수거책을 고용할때 '채권 추심' 등 합법 업무를 가장해 사람을 뽑는다. 현금 수거책으로 동원 됐다가 공범이 돼 처벌 받기도 한다.
본인이 원치 않는 공범이 되었을 경우 빠져나갈 수 있는 법적 장치도 있다. 본인이 모른 상태에서 공범이 됐음을 인지했고, 그 즉시 그만 두었다는 근거를 남기는 행위가 꼭 필요하다. A씨의 경우 팀장에게 문자나 카카오톡 등으로 위법행위인것 같아 그만 두겠다는 내용을 남길 경우 이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고의적 공범이 아님을 인정해줄 만한 근거가 될 수 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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