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의대 증원…법원 판단 '3가지' 쟁점 결론 따라 갈린다

뉴스1       2024.05.16 13:43   수정 : 2024.05.16 13:43기사원문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의 의대 교수, 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판단이 나올 것으로 발표된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 청사 앞으로 시민 등이 지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14일 서울 시내의 대형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고법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증원은 사실상 무산된다.
2024.5.1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의대 증원 2,000 명에 대한 1년 유예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된 바 없으며 향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2024.4.8/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판단을 16일 오후 5시께 내기로 하면서 수개월 동안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의대 증원 문제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소송 제기 자격이 없다며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이 낸 집행정지를 각하한 서울행정법원과 달리 서울고법에서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메가톤급 후폭풍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재판에서 정부에 의대 정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한 과학적 근거를 요구하며 의대 정원 최종 승인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한 재판부가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하지만 1심 결론이 뒤집히려면 의사와 의대생들의 소송 제기 자격을 인정받아야 하고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복리에 미칠 악영향이 없다는 점도 인정돼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제삼자의 원고적격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소송 제기 자격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의대 증원 집행정지까지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분위기다.

◇서울고법, "특별 사정없으면 오늘 5시께 결론"

서울고법은 이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오후 5시 무렵 의대 증원 집행정지의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 배상원 최다은)는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을 맡고 있다.

앞서 1심은 "신청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을 경우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의대 증원을 결정하는 직접 당사자는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의 장인데 신청인들은 제삼자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전의교협), 의대 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각각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8건 중 7건이 줄줄이 각하됐다.

법조계에선 애초 의료계 측에서 제기한 행정소송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 전망을 반영하듯 서울행정법원에서 줄줄이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의료계가 제기한 의대 정원 집행정지 소송은 시민과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말 항고심 첫 심문에서 재판부가 정부 측에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한 과학적 근거'를 제출하라고 하면서 의대 정원에 대한 최종 승인을 하지 말 것을 요구, 분위기가 반전됐다.

◇ "행정행위 사법 통제 필요" 강조 법원, 1심 '각하' 뒤집을까

1심 각하 결정이 뒤집히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소 제기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

행정소송법 제12조는 행정처분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상 이익은 행정처분이 취소될 경우 법률상으로 직접적이고 구체적 이익을 말한다.

1심은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 처분의 상대방은 의과대학의 장이고, 교수 등 나머지 신청인들은 의대 증원 처분 취소를 구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을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각하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정원이 늘면 처분의 직접 대상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그럼 국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고 그런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며 재판단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모든 행정 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최근 판례를 보면 제삼자의 원고적격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의대 증원 처분을 다툴 당사자를 넓게 해석할 가능성도 남겨뒀다.

행정사건 담당 재판부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역사적으로 법원이 당사자적격 문제를 따지게 된 것은 군사 독재 정권부터 시작됐다"며 "이후 소송이 너무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사자적격을 따지지만, 최근에는 이를 넓게 보는 추세"라며 각하 결정은 뒤집힐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소송 자격 인정받더라도 남은 관문들…마지막엔 '과학적 근거'가 가른다



만약 2심 재판부가 의대 교수와 전공의 등의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아직 관문이 남아있다. 바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성'과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행정소송법 23조 2항은 법원은 행정처분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 처분 집행·절차 속행으로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는 그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3항에서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의대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증원 결정으로 입을 손해가 무엇이고, 이 손해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는 점이 법원에서 구체적으로 인정돼야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것으로, 집행정지 결정이 받아들여지면 공공복리에 심각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신청인들의 소 제기 자격, 회복 어려운 피해 등이 입증되더라도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론은 결국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이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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