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된 치안 정책
파이낸셜뉴스
2024.08.04 18:32
수정 : 2024.08.04 18:32기사원문
조화로운 패치워크와 넝마 같은 누더기는 한 끗 차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치안정책은 누더기에 가깝다는 평이 나온다. 강력사건이 터지고 가려진 사각지대가 밝혀지면 그 부분을 메우는 방식으로 형사사법 시스템이 보강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천을 기워 덧댈 때도 재단은 정교해야 한다. 사각지대를 분석하고, 조심스럽게 새 천을 이어 붙일 필요가 있다. 실밥을 정리하고, 어긋난 부분들을 가위로 자르는 과정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마구잡이로 천을 이어 붙인 탓에 균형은 깨지고 있다. 경찰이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신설하면서 기존의 인력을 빼간 탓에 현장의 경찰관들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지난달에는 서울 관악경찰서 A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그는 생전 주변에 업무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일선서 수사관 B씨도 기자에게 "지휘부는 보여주기식의 효과도 없는 정책만 남발하니 업무만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일본도 살해'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도검 소유 허가제도 마찬가지다. 허가제에 구멍이 뚫린 점도 인정하지만, 백모씨는 도검이 아닌 어떤 도구로도 살인을 저질렀을 인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경찰이 도검 보유자를 전수조사하고 허가제를 정비하는 데 또 상당한 인력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짜 문제는 그런 범죄자를 만들고 막지 못한 사회 시스템에 있다. 범행 전 백씨에 대한 112 신고가 7건이나 접수됐고, 일본도를 들고 다니는 이상한 모습이 포착됐음에도 휘두르는 칼 끝은 막지 못했다. 새 천을 덧대기 전 근본적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재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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