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산 통일전망대 특별展.."6.25전쟁 비극서 희망을.."

파이낸셜뉴스       2024.12.26 14:12   수정 : 2024.12.26 14: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식 잃은 수 많은 부모와 부모 잃은 고아, 남편 잃은 여인, 파괴된 고향 산천과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들. 6·25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재난과 아픔을 가져왔다. 전쟁 기간 남·북한 합쳐 300만명 가까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1000만명에 달하는 이산가족을 양산했다. 반세기가 흘러간 지금도 중무장된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전쟁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6.25전쟁 납북자와 억류자, 국군 포로,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기억을 회복하고 현재를 반영하는 전시가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다.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이 주최하고 갤러리박영이 기획한 특별전 '잊혀지지 않은 이름들'전(展)은 내년 3월 31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김범수·심수진·오흥배·이준·전주영·정재철 6인 작가가 6.25전쟁 당시 납북자, 억류자, 국군 포로, 그들의 가족들이 겪은 비극과 슬픔을 주제로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 작품 등 총 5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심수진·전주영 작가는 북한 이탈주민으로서 그간 한국에서 겪은 분단의 고통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이산가족과 그들의 아픔을 폭넓게 조명했다.



심 작가는 '벽돌사이에 피는 생명력(2024)' 등 출품작에서 갈라진 분단의 아픔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그 안에서 꽃처럼 각자의 삶을 피우는 탈북자들의 모습을 표현했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지와 아크릴, 칼을 결합하는 기법을 통해 밑색이 드러나고 비치는 특유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전 작가는 북한의 단절된 현실과 소통의 어려움, 반대되는 현실 속에서 지속되는 다양한 소통 방식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의 전시 특별작인 '스페이스(2024)'는 비무장 지대(DMZ)를 모티브로 제작됐는데, 북한과 남한에서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DMZ의 공존을 포착해 보여준다. 평범해 보이는 겉모습 속에 수많은 갈등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DMZ의 풍경은 내면의 긴장을 담고 있다.



김범수 작가는 영화 필름에 다양한 역사와 배경,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정지된 상태에 있다는 의미를 부여해 새로운 차원의 미적 언어를 창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영화 필름과 아크릴 박스, LED를 사용해 가로 10줄, 세로 5줄의 총 50개의 아크릴 패널로 구성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시인 윤동주 대표작 '서시'의 핵심 단어들인 '서시', '별', '밤' 등을 반복적으로 깜박이게 해 윤동주가 시에서 담아내려 했던 자기 반성과 자아성찰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이 연출을 통해 6.25전쟁의 비극을 상기시키며, 납북자와 억류자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그 가족들을 위로하려는 메시지를 담았다.



정재철 작가는 렌티큘러 렌즈를 활용해 윤동주의 초상을 제작한 작품으로 전시에 참여한다. 그는 윤동주의 얼굴을 그린 뒤 이를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 위에 물감을 덮은 후 다시 한 번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을 거쳐 두 이미지가 각도에 따라 교차되도록 구현했다.

이를 통해 윤동주의 얼굴을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고, 윤동주라는 인물을 현대적인 맥락에서 재조명하는 기회를 만든다.



오흥배 작가는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물망초의 꽃말을 주제로 특별 신작을 선보인다. 이 작품을 통해 납북자와 이산가족에게 자연을 통한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잊혀진 존재들에 대한 기억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이밖에 이준 작가의 '맹목(2022)' 등 작품은 납북돼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과 남아있는 가족들 간의 감정적 유대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며, 남북 통일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불완전한 신체의 형상은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을 상징하고,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완전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안수연 갤러리박영 대표는 "이번 전시회는 잃어버린 삶과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사회적 다짐을 담고 있으며, 이산가족과 그들의 아픔까지도 넓게 아우르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됐다"면서 "분단의 상처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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