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자살률 OECD 1위… "타인 못 믿어" 대인 신뢰도도 하락

파이낸셜뉴스       2025.02.24 18:23   수정 : 2025.02.24 18:33기사원문
통계청 ‘국민 삶의 질 보고서’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27.3명
80세 이상 59.4명 노인층 위기
하루 평균 여가시간 3년째 감소
"사회 안전하다" 인식 비율도↓

코로나19 이후 지속해서 상승하던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4년 만에 소폭 하락 전환했다. 경제적 회복에도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진 경제력, 그러나 삶의 질은 악화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따르면 11개 영역 중 소득·소비·자산, 주거, 여가영역은 개선된 지표가 많았지만 시민참여, 가족·공동체, 환경, 고용 임금 영역은 악화 지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1인당 국민총소득은 4235만원을 기록했다. 가구 순자산도 2024년에는 3억9000만원으로 전년보다 301만원 증가했다. 고용률은 또한 2020년 60.1%에서 2024년 62.7%로 상승하는 등 거시경제지표는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경제지표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2023년 한국인의 삶은 만족도는 6.4점으로 전년보다 0.1점 낮아졌다. 삶의 만족도는 객관적 삶의 조건에 대해 개인의 주관적 만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0~10점으로 측정한다. 가족관계 만족도도 63.5%로 전년보다 1.0%p 하락했다.

삶의 만족도는 남녀 모두 6.4점으로 성별 차이가 없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6.2점으로 낮았다. 40대 이하에서는 6.5~6.6점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위(6.06점)로 지난 조사 때보다 2계단 상승했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가장 높은 나라는 핀란드(7.74점)였고 덴마크(7.58점)가 2위를 차지했다.

■자살률 9년 만에 최고…노년층 위기

한국의 자살률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3년 자살률은 전년(25.2명)보다 2.1명이나 늘며 인구 10만명당 27.3명을 기록했다. 자살률은 연령이 높을수록 상승했고, 특히 70세 이상에서 급격히 늘었다. 40~60대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0~33명인 반면 70대는 39.0명, 80세 이상은 59.4명에 달한다.

모든 자살이 삶의 만족도가 낮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자살은 우울증과 연관되어 개인의 정신건강을 보여주는 지표로 개인의 삶과 관련이 높다.

높은 자살률은 사회의 구조 특성과 사회통합의 정도를 보여준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자살률은 2021년 1위였다. 이는 리투아니아(18.5명), 일본(15.6명) 등 자살률이 높은 국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인의 일평균 여가시간은 3년 연속 감소했다. 하루에 갖는 여가시간은 2021년 4.4시간, 2022년 4.2시간, 2023년 4.1시간으로 3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반면 2023년 월 기준 근로시간은 157.6시간으로 전년 대비 2.7시간 증가했다.

■신뢰할 수 없는 사회

코로나19 종식으로 사회단체 참여율은 올랐지만 사회적 신뢰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사회단체 참여율은 2019년 51.8%에서 2020년 46.4%로 하락한 뒤 2021년 47.7%, 2022년 50.9%로 상승세를 보이다 2023년에는 58.2%로 급등했다.

하지만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믿는지에 대한 척도인 대인 신뢰도는 2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대인 신뢰도는 2020년 50.6%로 전년 대비 15.6%p 하락한 이후 2021년 59.3%로 상승했다. 그러나 2022년 54.6%, 2023년 52.7%로 코로나19 여파로 낮아진 후 회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 수준도 떨어졌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22년 33.3%에서 2024년 28.9%로 하락했다. 즉 한국 사회에서 타인을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약해지고, 사회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