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우클릭, 어디까지 실화인가

파이낸셜뉴스       2025.02.25 18:18   수정 : 2025.02.25 19:20기사원문
중도층 공략 위한 우향우
그런데도 지지율은 답보
식언 말고 실천하라는 뜻

요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권 스텝이 현란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국정 현안 전 부문에서 자신의 정책노선을 확 갈아엎을 기세다. 특히 경제·외교 분야의 우클릭은 기존 민주당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으로 비칠 만하다.

이 대표는 신년 회견에서 '흑묘백묘론'을 표방했다. 즉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며 탈이념 노선을 공식화했다. 이후 영국 이코노미스트 회견에서도 "실용주의가 민주당의 핵심 가치"라고 재확인했다. 자신의 핵심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 공약 실현을 위해 띄운 기본사회위원회에서 발을 뺄 뜻을 밝힌 건 그 연장선의 조치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추경 편성을 위해 철회하겠다고 한 것도 그렇다.

외교노선의 급변침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애초 '윤석열 정권이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했다'며 이를 탄핵 사유로 꼽기도 했던 민주당이다. 과거 미군을 "점령군"으로 부른 적이 있던 이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자 한미동맹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한때 "사드 대신 보일러 놔 드리겠다"며 한미 안보 공조를 조롱하고, "그냥 '셰셰'하면 된다"며 친중 성향을 보였던 그인지라 작심한 태세 전환이다.

일본을 보는 이 대표의 시각도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다. 그는 "한미일 협력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원론을 넘어 일본의 국방력 강화가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적성국'이니 '자위대 군홧발'이니 하며 대일 적대적 발언을 쏟아낼 때와 딴판이다.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강제동원 배상 등을 놓고 대일협상을 벌일 때마다 여권을 "토착 왜구"로 비방했던 민주당으로선 자가당착적 변신이다.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로선 조기 대선이 '사법 리스크'를 줄일 사활적 대안이었다. 자신의 재판엔 '침대축구'하듯 시간을 끌며 윤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 빌드업에 올인해 온 이유다. 이제 헌재에서 탄핵안이 인용될 것으로 보고 우클릭에 나선 셈이다. 한마디로 중도층 포섭 전략이다. 그의 숱한 얼룩에도 불구하고 윤석열과 여당이 싫은 '개딸' 등 집토끼들은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다.

물론 그의 우클릭이 국민에게 이롭다면 나무랄 일은 아니다. 다만 중도층 공략에 효과가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심을 보자. 다자구도에서 이 대표가 선두라곤 하나, 지지율은 30%대에 묶여 있다. 낮은 호감도도 그대로다.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그에 대한 지지는 유보 중인 중도층도 많다는 얘기다.

이처럼 중도보수층을 향한 구애가 잘 안 먹히는 까닭은 뭘까. 우선 그의 포퓰리스트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인기영합주의에 관한 한 이미 달인의 경지를 보여준 그였다. 다른 지자체보다 재정여건이 월등한 성남시장 때도 선심정책을 펴며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한 게 단적인 사례다.

더욱이 민주당이 지난 13일 공개한 추경안을 보라. 이 대표가 포기한다던 '전 국민 25만원 지원' 예산은 소비쿠폰 사업예산(13조1000억원)으로 이름만 바꾼 채 살아남았다. 전향적 입장을 보였던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도 없던 일이 됐다. 20일 양대 노총을 방문해선 재계가 극력 반대하는 노란봉투법 당론을 재확인했다. 누구 말마따나 채식한다면서 고깃집서 회식을 갖는 꼴이다. 그러니 그가 흔드는 실용주의 깃발이 중도층에 별반 어필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이재명식 우클릭에 국민 다수가 여전히 진정성을 못 느끼고 있다면? 오늘의 이재명의 발목을 잡는 건 어제의 이재명일 것이다.
잦은 임기응변식 식언이 그중 하나다.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했다가 득표에 도움이 안 될 듯하자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며 빠져나가는 식이었으니 말이다. 그의 정치적 내일도 "민주당이 중도보수"라는 등 막 던지는 수사가 아니라 실천으로 신뢰를 얻는 데 달려 있을 법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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