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일 된 딸, 공무원이 빼앗아"…강제입양 40년 만에 모녀 상봉 '울컥'
뉴스1
2025.02.26 16:20
수정 : 2025.02.26 16:45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딸이 날 찾아올 줄 알았어요."
에디타 비자마(64)는 칠레 산안토니오 자택에서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비자마는 1984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정권 하에서 생후 5일 밖에 안된 딸을 강제로 입양 보내야 했다.
이미 두 아이를 키우고 있던 비자마는 셋째 아다마리 가르시아를 임신하자 국제 입양을 고민했다. 그러나 출산일이 가까워올수록 마음이 흔들렸다. 당시 담당 공무원이 딸을 입양 보내라고 거듭 촉구했다고 비자마는 회상했다.
가르시아가 태어난 지 5일째 되던 날, 공무원들이 들이닥쳐 비자마를 낯선 장소로 끌고 갔다. 그 곳에서 그들은 딸을 빼앗아 갔고, 비자마는 집으로 송환 조치됐다.
딸을 찾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안 비자마는 일가친척에게도 이 일을 비밀로 한 채 가슴에 묻고 살았다.
딸 가르시아는 미국 플로리다로 입양됐다. 그녀는 마음 한 켠 자신의 친가족에 대한 호기심에도 찾아나설 엄두를 내지는 못 했다. 자신의 입양 과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친구가 피노체트 정권 시절 칠레 입양아들과 친가족을 이어주는 한 비정부기구의 존재에 대해 알려줬다. 자신 또한 입양아 출신인 텍사스주의 소방관 타일러 그라프가 비정부기구를 이끌고 있었다.
출생 증명서를 통한 끈질긴 추적과 유전자 검사를 거쳐 결국 가르시아와 비자마는 40여 년 만에 다시 만났다.
"서로 바라볼 뿐 아무도 입을 떼지 못 했어요." 가르시아는 친가족과의 첫 영상 통화를 회상하며 말했다. "어머니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저 혼자 생각했죠. 이 분이 날 낳아주신 분이구나. 정말 닮았다."
지난 주 가르시아의 칠레 방문으로 40년 만의 상봉이 성사됐다.
"한 주간 우리 모두 끊임없이 웃고 울었어요. 40년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고, 이제 다시 우리만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는 특별한 순간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르시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며 40년 만에 만난 언니들과 파타고니아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계획 중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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