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옥, 소음…집회가 집어삼킨 광화문
파이낸셜뉴스
2025.03.05 15:19
수정 : 2025.03.05 15:19기사원문
탄핵 집회에 광화문 '몸살'
교통·소음·통행 문제까지
자영업자들 "영업 어렵다" 호소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장기화하면서 '집회의 성지'가 된 서울 도심 일대 상인 등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매주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등 인근 시민들은 헌법상 집회할 권리 보장에 동의하면서도 교통 마비와 소음 공해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보수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와 진보 성향의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광화문 인근에서 거의 매주 탄핵 찬반 집회를 열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후에는 주말마다 경쟁적으로 집회를 진행한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다만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를 점거하면서 현장을 지나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광화문역 인근에서 만난 만난 직장인 윤모씨(26)는 "10분 넘게 버스를 기다리다가 간신히 탔다. 그런데 경찰이 얼마 안가 광화문역 정류장에서 내리라고 해서 지하철로 갈아타야 한다"며 "시간을 또 버리게 생겼다"고 푸념했다. 한 중년 남성은 "버스를 탈 때만 해도 아무런 안내가 없었는데 이래도 되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서 들려오는 소음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외 여론전에 돌입한 이들은 각종 음향기기를 설치해 놓고 자신들의 주장을 큰 소리로 울려 퍼지게 한다.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500m가량 떨어진 식당가에서 연사들의 발언 내용이 또렷이 들릴 정도였다. 근처 카페에서 나오던 한 50대 여성은 "시위하는 사람들 마음을 모르진 않는다"면서도 "너무 시끄러워서 친구랑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장소를 옮기려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상인들도 집회가 과열되며 피해가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집회로 사람이 몰려도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상인도 있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A씨는 "근처 골목에 식당이 많은데 주말마다 집회 소리가 울려서 아주 어지럽다"며 "집회하면 장사가 잘될 것 같지만, 대부분 라면이나 김밥으로 때우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단골이 아닌 시민들은 소란스럽고 사람도 많은데 집회하는 날은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역시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대뜸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거나 주문하지 않고 화장실만 이용하겠다는 경우도 있었다"며 "가게 안에서도 집회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음악을 트는 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집회 현장을 촬영하는 유튜버들이 몰리며 시민 불편이 가중됐다. 인파가 몰려 통행이 어려운 가운데 유튜버들이 생중계를 위해 시민을 밀거나 충돌할 뻔한 상황도 다수 벌어졌다. 집회 현장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참가자들이 통행에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속도를 맞춰 걸어달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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