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파이낸셜뉴스
2025.03.04 18:10
수정 : 2025.03.04 19:10기사원문
권력 쥔 리더 부정행위는
조직 전체에 빠르게 확산
엄격한 도덕적 잣대 요구
듀크대 교수인 댄 애리얼리가 쓴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원제 'The Honest Truth About Dishonesty')'이라는 책에 나온 일화다. 주변에서 업무용 법인카드를 가족이나 친구와의 식사 때 사용하거나 회사의 비품을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주말 골퍼 중에는 스코어를 좋게 분식하거나 공을 치기 좋은 위치로 살짝 옮겨놓는 사람도 많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이런 자잘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살지만, 정작 죄의식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중대한 범법행위, 심각한 부패, 거액의 뇌물수수나 횡령 등 직접적인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만을 부정행위라고 여기고, '나는 그렇게 나쁜 짓은 절대 안 해, 어쩌다 남들이 흔히 하는 아주 사소한 거짓말을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정직하고 착한 사람이라 믿으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때문이다.
애리얼리 교수는 어떠한 조직에서나 1%의 사람은 항상 선하게 행동하고, 1%는 언제나 나쁜 일만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절대다수인 98%는 때론 선하고 때론 악할 때도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비록 자신이 완전히 착한 1%에는 들지 못한다 하더라도 '대체로 착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으며,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혹은 '무의식중에' 잘못을 저지르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동기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정직하고 존경할 만한 인물로 봐주길 바라는 '자아 동기부여'와 다른 사람을 속이더라도 가능하면 큰 이득을 얻고자 하는 '재정적 동기부여'다. 결국 '착한 사람'이라는 명예와 개인적 이익을 동시에 얻기 위해 상황에 따라 적당한 수준으로 부정행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정행위의 규모와 수준은 단순히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의 크기만을 따지는 비용편익분석이 아니라 사람들 각자의 도덕성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조직이나 사회를 파괴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절대 악인 1%가 저지르는 심각한 악행보다는 평범한 98%의 사소한 비윤리적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부정행위는 바이러스와 같이 아주 강력한 사회적 전염성을 지니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부정행위를 가까이에서 보았거나 사례를 많이 접할수록 자신도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모습을 목격한 경우 전염성은 훨씬 강해진다. 특히 권력을 가진 리더의 부정행위는 '폭포 효과'를 일으켜 조직 전체에 빠르게 확산된다. 리더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너무나 중요한 이유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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