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쑥대밭 됐는데 내팽개쳐진 국정협의

파이낸셜뉴스       2025.03.10 18:32   수정 : 2025.03.10 19:12기사원문
자영업 20만명 급감, 車생산도 밀려
KDI는 석달째 경기 하방 위험 경고

장기화된 내수 침체로 산업현장에서 비명이 쏟아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최근 두달 새 20만명이나 급감했고, 국내 자동차 생산 규모는 세계 7위로 내려앉았다. 밖으로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동맹 관계를 무시한 관세 압박이 거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월 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석달째 우리 경제에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난국에 머리를 맞대기로 한 정치권은 협의는 내팽개치고 삿대질만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속이 새카맣게 탄다.

통계청이 10일 집계한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보다 적은 숫자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거리두기 등의 조치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도산과 줄폐업에 엔데믹 직전인 2023년엔 549만명까지 줄었다. 그 뒤 차츰 늘어나는 듯했으나 회복세는 더뎠다. 치솟는 물가로 영업 부담은 가중됐고, 못 갚은 빚은 눈덩이가 돼 한계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대출만기 연장이나 이자상환 유예 조치도 종료돼 자영업자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벼랑 끝에서 가게 문을 닫는 이들이 두달 새 20만명이나 속출한 것인데, 대부분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중장년층이라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국내 자영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과 동시에 실직자 신세가 된 이들의 일자리 알선과 지원책 마련도 시급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자동차 생산력 순위가 내려앉은 것은 내수 부진 탓이 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생산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감소로 돌아섰다. 국내 자동차 생산 감소폭(전년 대비)은 세계 평균(0.5%)보다 높은 2.7%였다. 수출대수는 소폭 증가했지만 내수 판매가 2013년 이후 최저치(163만대)로 떨어져 전체 생산 규모까지 끌어내렸다.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내수 한계와 글로벌 경쟁 심화 여파로 기반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글로벌 '톱10' 생산국에서도 밀려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부품업 등 전후방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 국내 생산을 촉진할 특단의 정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도 급하다. 때를 놓치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예정대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가 12일부터 부과된다고 재확인했다. 중국의 저가 철강재 공습으로 가뜩이나 시련기를 맞은 업계가 이제 관세폭탄 악재까지 감당해야 한다.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도 관세폭탄이 곧 닥친다. KDI가 이날 경기 하방 위험을 재차 경고한 것도 국내 산업이 미국 관세에 직접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업 혼자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민관 공조와 정치권의 지원사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숨 가쁜 대외정세에 힘을 합쳐 대처하기보다 사생결단식 권력 쟁투에 골몰한다.
여야 국정협의체는 서로에게 책임만 떠넘긴 채 진척이 없다. 주력 산업이 흔들리고 현장의 냉기가 몹시 심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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